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언론을 상대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14일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추석 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모든 보도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고의성과 악의성, 반복성이 입증된 사안에 한해 법원의 판단을 거쳐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이미 23개 분야에서 악의적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법률로 규정돼 있어 언론만 예외로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찬성 측은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은 비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위·왜곡 보도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며, 한 번 훼손된 명예는 정정보도만으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손해배상액 평균이 약 1000만 원에 불과해 언론의 악의적 보도를 억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0% 이상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했다. 법원 또한 언론 자유는 무제한적 권리가 아니라 타인의 인격권·명예권 등 다른 기본권과 충돌할 경우 ‘책임을 수반하는 자유’로 조정될 수 있음을 판시해 왔다.
이러한 점에서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손해배상만으로는 부족하고, 보다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반대 측은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권력자나 대기업이 이를 무기화해 비판적 보도를 억누를 위험을 우려한다.
특히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 등 자본과 권력을 가진 집단이 개정 법안을 활용해 SLAPP(전략적 봉쇄소송)를 남발할 경우, 언론이 의혹이나 내부고발 보도를 자제하게 되는 ‘위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자본력이 약한 지역·독립 언론에는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
또한 언론사가 배상해야 할 상한이 높아질수록 입증이 어려운 의혹·내부고발 관련 보도는 최종 편집 단계에서 스스로 걸러질 가능성이 크다. 공적 관심사인지가 애매한 공론의 영역, 사실 적시와 가치 판단이 뒤섞인 논평 영역까지 과도하게 위축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찬성과 반대 양측의 주장 모두 일정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가짜뉴스 생산’에 대한 제재와 함께 소송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병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반(反) SLAPP 장치의 입법화가 거론된다.
이 방안은 악의적이거나 반복적인 봉쇄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조기 심리 및 조기 기각 절차를 마련하고, 피소된 언론이 소송 남용 여부 확인을 신청하면 법원이 1차 심문을 통해 이를 판단한 뒤 남용이 확인될 경우 청구를 각하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소송이 악의적 봉쇄소송으로 판정될 때는 언론이 원고를 상대로 별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부당소송금지법’ 제정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허윤 변호사는 “가짜뉴스의 폐해가 큰 만큼,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소송 남용 방지 장치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국민일보 기자,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21대 국회의원 선거기사심의위원 등, 기획재정부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