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증액 불가피…반대급부 통해 K방산 이익 극대화 노려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방위산업 미래 전략 분석
트럼프 방위비 증액 압박에…“반대급부 확보해야”
업계, 규제완화 수출지원 등 요구
軍 “AI 활용·해외 인재 유치 고민 중”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첨단방위산업 육성 전력 세미나' 참석자들. 왼쪽부터 윤성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진흥본부장, 김재구 한국경영학회 회장, 원종대 국방부 전력정책국장,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현중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 회장, 김일동 방위사업청 방위산업진흥국장, 이정현 명지대 경영대 교수 (정진용 기자)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국방비 증액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되, 한국도 반대급부로 인적교류와 미국 무기체계에 한국 편입 요구 등 이를 산업 발전 기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물 분담 비중 높이고 인적 교류하는 日 참고를”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가 공동 주관해 ‘첨단 방위산업 육성 세미나’가 열렸다. 윤현중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 회장, 원종대 국방부 전력정책국장, 김일동 방사청 방위산업진흥국장, 윤성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진흥본부장과 업계 관계자들이 함께 자리했다.

발표에 나선 김재구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한미 방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K방산이 전략적으로 더 고도화될 수 있는 방식으로 딜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본은 현물 분담 비중을 높여 자국 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한국도 단순 현금 지급에서 벗어나 현물 기반 전략 자산 공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를 수용, 관철하는 과정에서 이를 한국의 '산업매출'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산 무기체계의 미군 전력 통합 확대, 한미 공동 첨단 기술개발, RSF(지역 지속유지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 MRO(정비·수리·운영) 공급체계 구축을 협상 카드로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산 무기체계의 현물 기반 공급을 통해 SMA(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현금 분담을 전략자산으로 대체해 미국의 국방예산 축소와 ‘바이 아메리칸’ 정책 장벽을 우회하자고도 부연했다.

이영달 한국경영학회 전 부회장(뉴욕기업가정신기술원장) 역시 “방위비 증액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 반대급부로 일본 처럼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우리가 얻어 내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추진 중인 기술 표준 영역에서의 인적 교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주도로, 미국은 기술 표준 자체를 원점부터 설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 전 부회장은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군사 배치가 돼있는데 MRO 사업에 한국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서 미국 중심 무기체계에 한국이 편입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위산업이나 핵심 첨단산업 관계자들이 정부 공식 대사라는 공식 직함을 달고 타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원패스’ 제도 도입도 건의했다.

작년 방산 순수출국 됐지만...특정 국가 의존 한계 여전

이날 방위 분담금 협상 외에도 K방산의 현주소와 4대 강국 도약 전략도 논의됐다. 업계에서는 수출 과정에서 구매국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기 어려운 점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동시에 AI 개발을 위해 국방 데이터 공개를 요청했다. 우수한 인재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방위산업이 2024년 사상 처음으로 방산 순수출국 지위를 얻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은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을 통해 순수입국의 굴레를 벗어났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 기댄 한계도 뚜렷하다는 현실 진단이 뒤따랐다. 김 회장은 앞으로는 AI·무인체계·사이버 방어와 같은 첨단 분야가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방산수출전략기금 100조 원 규모 조성과 같은 대담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명지대 경영대 교수는 인적자원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현재 국내 방산업체 종사자는 약 5만 명 수준. 그는 “정부 계획대로 연 2000명 수준의 인력만 양성한다면, 10년 뒤에도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스라엘처럼 우수 인재를 고교 단계에서 조기 발굴해 실전 경험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민간 ICT 기업과 방산업체 간 교류, AI 컨소시엄 확대 참여, 민군 협업 생태계 구축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사이버전·전자전·드론 등 신기술 전장이 확대되는 만큼, 군 병력 구조도 보병 중심에서 첨단 기술 중심으로 대대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정부, 수출지원·해외 고급인재 유치 필요성 공감

정부는 해외 경쟁국 견제를 체감하고 있다면서, 수출 지원과 군 데이터 AI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원종대 국방부 전력정책국장은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이제 방산은 필수 요소가 됐다”면서 “과거 방산 수출이 국방 전력 강화의 부산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국방력의 근간이 되고 있다. 정부와 군이 기업의 해외 활동을 외교·교육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AI R&D와 관련해서 원 국장은 “군 데이터를 AI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방사청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AI 군사협력센터 내년부터 구축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일동 방사청 방위산업진흥국장은 “AI·반도체 등 비정형 기술은 기존 시험평가 방식, 기술중심 제안서와 평가·계약 구조로는 획득할 수 없다”며 새로운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중국의 ‘천인계획’ 같은 해외 고급인재 유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과 관련해서도 “해외 인재 채용 시 인건비 일부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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