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관 상임위 모호…정무위·기재위 논의 분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열쇠는 국회가 쥐고 있다.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할지, 비은행에도 허용할지를 두고 세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논의는 상임위원회마다 흩어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급팽창하는 사이 입법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규제 사각 속 외국계 코인만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회에 상정된 관련 법안은 세 개다. 안은 은행 중심 제한 모델과 비은행 허용 모델로 갈린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자기자본 5억 원 이상을 요건으로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전자금융업자도 발행을 허용한다. 금융위원회 인가제와 준비자산 100% 보유, 도산절연 장치 등을 안전장치로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자율규제 체계도 포함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의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법’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 지급혁신법’은 자기자본 요건을 50억 원으로 높이고 발행 주체를 금융기관 또는 주식회사로 제한했다. 두 안 모두 은행 중심 모델에 가깝지만,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허용할지의 여부에서 차이를 뒀다. 안 의원 안은 이자 지급을 금지했고, 김 의원 안은 금지 조항을 두지 않았다.
정책당국의 시각차도 뚜렷하다. 10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법안을 준비 중인 금융위는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성진 금융위 가상자산정책과장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원화시대 개막’ 세미나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발행 근거 마련뿐 아니라 당장 국내에서 유통 중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기 위한 체계 마련이라는 목적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통화 안정성 차원에서 은행 중심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비은행까지 발행을 허용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과 통화정책 유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발행할 때 안정성은 분명한 반면 비은행이 발행하면 혁신이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국회 논의 구조다. 정무위·기재위 등으로 분산돼 단일 논의가 어렵다.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얽히면 병합 심사도 지연될 수 있다. 토큰증권(STO) 제도화처럼 수년째 국회 계류로 표류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급부상한 이슈이다 보니 법안이 경쟁적으로 발의되는 상황”이라며 “기재위에서도 제도화 논의를 가져가려 하지만 정무위에서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 준비에도 최소 1년은 걸리기 때문에 업권이 대비할 시간을 확보하려면 입법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며 “논의가 분산되면 시행령 마련까지 더욱 지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