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세계 최대 비영리 재단인 게이츠재단과 글로벌 보건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백신·치료제·의료 인공지능(AI)·진단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우리 기업들이 게이츠재단과 협력해 세계 보건 위기 대응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주목된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을 찾은 게이츠재단의 트레버 먼델(Trevor Mundel) 글로벌헬스부문 회장은 20일 오후 간담회를 열고 LG화학,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노을,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니아, 쿼드메디슨 등 7개 기업의 임원진을 만났다. 이 자리는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이 함께 주최했다.
간담회는 빌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의 한국 방문 일정과 맞물려 마련됐다. 게이츠재단은 전 세계의 보건 문제 해결을 목표로 국제백신연합(GAVI)과 에이즈,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The Global Fund) 등 국제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게이츠 이사장이 2045년까지 개인 재산과 재단 기부금을 합친 약 2000억 달러(280조 원)을 인류의 삶을 구하는데 쓰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자리의 의미가 크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먼델 회장과 참석자들은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각 분야에서 추진 가능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게이츠 재단은 진행 중인 백신 개발 및 글로벌 공중보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상호 협력 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넥스트 팬데믹 대비 백신을 포함한 차세대 예방 의약품 연구개발 과제를 중심으로 확장된 협력 방안을 검토했다.
세계에서 유일한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개발해 글로벌 공공백신 시장에 공급하는 유바이오로직스는 게이츠재단과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이다. 개별 미팅에서 게이츠재단은 자체 면역증강제(어쥬반트) 기술로 개발한 백신에 관심을 표했다. 또한, 신종 감염병 대응과 백신의 빠른 개발 및 대량 생산과 관한 협력을 논의했다.

2017년부터 소아마비 백신 ‘유폴리오’와 유폴리오 기반 6가 혼합백신 과제 ‘LR19114’에 총 5760만 달러(800억 원)를 게이츠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LG화학은 이와 관련한 논의와 더불어 협력 방안을 타진했다.
게이츠재단은 글로벌 보건의 형평성 개선을 위해 중저소득 국가에 대한 AI 기술의 도입·확산도 시급한 사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노을은 온디바이스 AI 진단 플랫폼 ‘마이랩’의 공급으로 의료접근성을 향상한 사례를 소개하고, 전 세계 어린이와 영성 등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글로벌 보건 증진을 위한 한국의 역할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이날 아침 자신의 SNS에 “한국의 역동적인 바이오헬스 산업은 현명한 공공투자와 글로벌 협력이 맞물릴 때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결과는 국내 회복력 강화뿐 아니라 세계인의 건강 증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평가하며, “서울에서 각계 리더들과 강점을 어떻게 더욱 발전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