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술주 폭락 원인 여파
'대주주양도소득세ㆍ노란봉투법, 원전 굴욕계약 논란'
국내 정책적 리스크 도마에

국내 증시가 이재명 정부 출범 두 달여 만에 ‘허니문 랠리’를 끝내고 정책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논란이 표류하는 가운데 ‘노란봉투법’ 처리 가능성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여기에 원전 굴욕 계약 파문과 간밤 미국 기술주 급락, 이번 주 잭슨홀 미팅을 앞둔 경계감까지 더해지면서 코스피는 장중 한때 한 달 반 만에 3100선 밑으로 추락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47포인트(0.68%) 내린 3130.09에 마감했다.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장중 한때 3079.27까지 밀렸다. 지수가 31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처음이다. 출범 초기 한 달간 9% 오르며 ‘코스피 5000’ 구호에 힘을 보탰던 증시 랠리는 세제ㆍ정책 혼선에 막혀 7월 말부터는 4%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정부와 여당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 논란이 투자자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는 종목당 50억 원인 현행 기준을 10억 원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현행 유지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란봉투법 역시 부담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 경영 자율성이 제약되고 노사 갈등 비용이 늘어나 외국인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원전 관련주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웨스팅하우스(WEC)와 맺은 불리한 합의 논란이 확산되며 폭락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 대비 5.71% 급락했다. 한전기술(-5.54%), 한전KPS(-3.11%), 한국전력(-1.34%), 우리기술(-3.03%) 등 주요 종목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은 원전 1기 수출 시 물품·용역 계약 6억5000만 달러와 기술 사용료 1억7500만 달러 등 총 8억2500만 달러(약 1조1400억 원)를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해야 한다. 미국ㆍ유럽ㆍ우크라이나ㆍ일본 등 주요 시장 진출도 차단돼 향후 중동ㆍ동남아ㆍ남미 등 일부 지역에서만 신규 수주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원전의 가격 경쟁력과 성장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해외 악재도 증시에 부담을 키웠다. 뉴욕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확산하며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오는 22~24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긴축 기조가 재확인될 경우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정책 핵심 인사를 연준 이사로 지명하면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잭슨홀에서 긴축 메시지가 나오면 투자심리가 한층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최근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인 것은 기존 주도주의 차익실현, AI 버블 논란, 금리 인하 기대 축소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한수원 불공정 계약 논란 여파가 이어지며 원전과 방산, 건설, 증권 등 주도주 약세도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한수원이 해당 계약에 대해 '감내 가능한 수준이며 이익을 남길 만하다’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오후 들어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미 해외로 향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377억2295만 달러(약 191조4349억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20% 증가한 규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