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테슬라 팔고 가상자산株·채권으로…‘공격+방어’ 투트랙 [위험에 베팅하는 서학개미②]

7월 이후 비트마인·코인베이스 등 집매
‘이더리움 대량 보유’ 샤프링크 112%↑
‘변동성 관리’ 美단기채 ETF로 위험분산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빅테크를 대거 팔고 가상자산주와 미국 국채를 동시에 사들이고 있다. 공격적 수익 추구와 안전자산 확보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이달 15일까지 서학개미 순매수 규모 1위는 가상자산 채굴업체 비트마인이 차지했다. 이 기간 서학개미는 비트마인을 3억5680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5위에 오른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1억8222만 달러)를 비롯해 샤프링크게이밍(1억4110만 달러·10위), 로빈후드(1억1620만 달러·11위) 등도 그 뒤를 이었다. 비트마인은 가상자산 채굴·데이터센터 운영사이며, 로빈후드는 가상자산 선물 거래 서비스를 제공 중인 미국 온라인 증권사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안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 통과되며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기대감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이더리움 관련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절반가량에 달한다는 점이 부각해서다.

전 세계 이더리움 보유량 1위와 2위를 기록 중인 비트마인과 샤프링크게이밍은 이더리움 매집 흐름을 이어가며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7월부터 이달 15일(현지시간)까지 비트코인과 샤프링크는 각각 25.67%, 112.30% 상승했다. 비트마인은 이더리움 전체 공급량 5%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샤프링크는 이더리움 보유액을 2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 시 사용되는 블록체인은 이더리움(50.92%), 트론(30.88%) 등 순으로 이더리움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기록 중”이라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비축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더리움 스테이킹 기능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학개미는 미국 단기채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는 모습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7월부터 ‘아이셰어즈 만기 3개월 미만 미국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2억4761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비트마인 다음으로 큰 규모다.

통상 단기채는 변동성이 적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운용 기간이 짧아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등 거시 변수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하락할 때 단기채는 장기채만큼 높은 수익률을 거두지는 못해도, 안정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특성도 있다.

서학개미의 미국 채권 보관금액도 연초 이후 증가세다. 1월 122억3346만 달러였던 미국 채권 보관금액은 지난달 199억1127만 달러까지 뛰었다. 이달 들어서는 14일 기준 2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한시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4~8일 미국 채권 ETF 시장에는 146억 달러가 유입되며 4주 연속 자금이 들어왔으며 이는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며 “7월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인데, 투자등급 회사채에 자금 유입이 집중되는 가운데 단기 국채에도 자금이 들어왔다”고 짚었다.

반면 서학개미 발길이 끊이지 않던 빅테크 외면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7월 이후 서학개미는 테슬라를 9억4316만 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애플(-2억8467만 달러), 알파벳(-1억7765만 달러) 등 ‘매그니피센트(M)7’를 향한 투자심리도 약화했다. 빅테크 외에 다른 종목과 자산이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머니무브’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미국 고용지표 충격 이후에도 미국 기술주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건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빅테크들의 잉여현금이 서서히 줄어들며 인공지능(AI) 투자 증가 속도가 지금과 같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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