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간당 1억 엔 손실 기업도…출혈 계속돼”
영국도 석 달 넘게 철강 관세 인하 안 되고 있어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은 모두 7일부터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시행에 필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에서도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타격이 심각하다.
한국은 지난달 말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관세율은 여전히 25%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15%의 관세를 적용받았을 때 최대 50억 달러(약 6조90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행 25%가 유지된다면 기업들이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전체 수출은 기업들이 대미 고율 관세를 예상해 물량을 앞당겨 수출한 덕분에 견실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자동차 수출액은 약 17% 줄었다. 철강 수출도 11% 이상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인하와 더불어 기존 관세 위에 상호관세가 추가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줄 공식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미국에 급파해 ‘이중 부과’를 제거하는 행정명령 조정과 이미 부과된 관세 환급을 조속히 시행해달라고 확인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관세로 인해 1시간에 1억 엔(약 9억 원)씩 손실을 보는 자동차기업도 있다”면서 “피해가 누적되면서 출혈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라도, 한시라도 빨리 행정명령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럽도 신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힐데라르트 팔러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은 “수십억 유로의 비용이 이미 누적됐고 지금도 불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대로라면 EU는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협정에 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도 협상은 끝없이 이어지고 필리버스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가장 먼저 무역 합의를 이뤘던 영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국과 합의한 주요 조항이 실행되기까지 54일이 걸린 데다가 철강 관세를 ‘제로(0)’%로 낮추겠다는 합의 내용은 석 달이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 용해·주조된 철강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미국 측의 조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영국 최대 철강 생산업체 중 하나인 타타스틸UK가 지난해 고로의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에 더는 충족시킬 수 없는 요구사항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영국 철강협회에서 통상·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피터 브레넌 국장은 “25%에 달하는 미국 수입 관세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회원사 대부분의 대미 수주가 줄었다”며 “특히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관세가 철폐되지 않으면 연말까지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철강 합의 최종 확정이 양국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양측 모두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