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16분기째 '꽁꽁', 일자리 사라지며 소비 절벽 현실로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위기 봉착한 모양새다. 미국의 고관세, 중국의 거센 추격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우리 제조 산업 수출이 뒷걸음질 치고 있어서다.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한다면 현재 지지부진한 내수가 더 악화일로로 빠질 수 있는 만큼 신사업 대대적 투자 등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608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9% 늘었다. 하지만 최대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1% 줄었다. 1~7월 누적으로도 반도체 포함 수출액은 전년대비 3.5% 늘어난 반면 반도체 제외 수출액은 1.5% 줄었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약 22%를 차지한다. 사실상 반도체를 제외한 대다수 제조 산업 수출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경기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3분기 제조업체들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81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한 수치지만, 여전히 기준치(100)를 밑돌아 16분기 연속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기업들의 어려움은 고용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대비 7만8000명 줄어 13개월째 마이너스다. 2개월째 감소세다. 올해 1~4월에는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15%대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제조업의 위기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 중국 과잉생산과 기술 추격,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및 신성장 동력 부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현재의 제조업 위기는 한국 경제의 또다른 한 축인 내수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서 제조업은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니라, 고용, 투자, 소비로 이어지는 내수 경제의 핵심 엔진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수출 감소가 '기업 수익 악화→고용 감소→소득 둔화→소비 부진'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이 고착화한다면 현재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내수 악화를 부채질 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재화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하며 13개 분기째 역성장중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위기가 수출 하락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 일자리, 가계 소득, 기업 투자 등 내수 경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만큼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제조업 위기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혁신을 촉구하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 한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의 사업 재편, 과감한 신사업 투자, 경직된 노동시장 개혁 등 국가적 차원의 전략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