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총리가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에서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패전 80년을 맞아 15일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0년간 우리나라(일본)는 일관되게 평화 국가로 걸어오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 추도사에서 ‘반성’을 언급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1990년대부터 무라야마 도미이치·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 등은 아시아 피해국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으나,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집권 이후 이러한 관행이 사라졌다. 이후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가해’·‘반성’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날 나루히토 일왕은 추도사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문구를 사용하며 ‘반성’을 거듭 언급했다. 이는 전년도와 같은 표현으로, 최근 수년간 총리 대신 일왕이 반성 의사를 밝히는 형식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그간 일본 총리들이 2012년까지 ‘반성’을 언급하면서 함께 사용했던 ‘침략’이나 ‘가해’라는 표현은 이날 빠졌다. 이에 따라 이번 ‘반성’ 발언이 식민지 지배로 피해를 입은 이웃 나라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나 반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이날 각의(국무회의격)를 거친 총리 담화를 발표하지 않았다. 당초 패전 80년을 맞아 담화 발표를 검토했으나 옛 아베파 등 집권 자민당 내 보수세력의 반발을 고려해 보류했다.
일본 총리들은 전후 50년이던 1995년부터 10년 단위로 종전일 전후 담화를 발표해왔지만 올해는 그 전통이 이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