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관측·분석…온난화가 냉각 효과 강화하는 ‘역설’ 제시

북극이 지구 온난화의 피해지이자 동시에 기후를 스스로 조절하는 ‘자연 복원력’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극지연구소는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북극 해빙과 미세조류 변화가 대기 중 ‘기후냉각 물질’ 형성을 촉진하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온난화가 오히려 지구를 식히는 메커니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역설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 해빙이 줄고 일년빙 비중이 늘어날수록 식물성 플랑크톤 등 미세조류 생장이 촉진된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디메틸황(DMS)은 해빙에서 발생하는 할로겐 산화제와 반응해 미세입자를 만들고, 이 입자는 태양에너지를 산란·반사하는 구름 형성을 유도해 지표 온도를 낮추는 ‘기후냉각 효과’를 낸다.
극지연 장은호·윤영준 박사 연구팀은 한림대·포항공대·스페인 국립과학위원회·스웨덴 스톡홀름대·이탈리아 피렌체대와 함께 2010년부터 약 10년간 북극 다산과학기지 인근 제플린 관측소에서 확보한 DMS·미세입자 자료와 위성 기반 식물플랑크톤·해빙 자료를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DMS의 미세입자 전환 효율은 봄철 일년빙에서 가장 높았으며, 최근 온난화로 일년빙과 미세조류 생물량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미세입자 형성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해양 미세조류에서 기원한 DMS의 전환 과정을 전 주기에 걸쳐 입증한 첫 사례라며, 기후변화가 자연 유래 냉각 물질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북극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지만, 동시에 지구 기후를 되돌리는 복원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곳”이라며 “지속적인 현장 관측과 연구로 기후 시스템의 복잡한 변화를 과학적으로 해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해양·극지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