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한복판이 무대가 되고 강과 다리는 무대 장치로 변신합니다. 도심 랜드마크는 특별한 색으로 빛나 눈길을 끌고요. 하늘 위에는 드론이 날아다니고 분수가 노래에 맞춰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죠. 탄탄한 팬덤과 화제성을 지닌 인기 가수 컴백을 앞둔 시점이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장면은 팬들뿐만 아니라 산책하던 시민의 카메라에 담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덮습니다. 팬덤만을 위한 이벤트였던 컴백 무대가 영역을 확장하면서 그 자리를 우연히 지나던 시민,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열린 축제'로 변모 중인데요. 여기에 온라인 생중계까지 더해지면서 특별한 순간을 전국, 또 전 세계로 확산하곤 하죠.
이는 단순한 컴백 홍보를 넘어 체험과 브랜딩을 결합한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앨범 발매를 위한 일회적 이벤트였던 컴백 프로모션이 아티스트 세계관 속으로 시민과 도시를 끌어들이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된 셈이랄까요?

최근 도심 한복판을 무대로 삼으며 화제를 모은 아티스트는 단연 세븐틴입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세븐틴은 5월 더욱 특별한 컴백 쇼케이스를 열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통상 아이돌이 컴백하면 쇼케이스를 열고 신곡 무대를 최초 공개, 팬들을 만나는 일은 일반적이지만 세븐틴의 무대는 달랐습니다. 공연장이 아니라 서울 서초구 잠수교를 화려한 파티장으로 만든 겁니다.
5월 25일 한강 위를 가로지르는 잠수교는 하루 동안 거대한 콘서트장이 됐습니다. 잠수교에서 공연을 연 K팝 아티스트는 세븐틴이 최초였는데요. 도로 위 대형 VCR 스크린과 무대 장치가 설치됐고 강 건너에서도 보일 만큼 화려한 조명과 특수효과가 밤하늘을 수놓았죠.
하이라이트는 컴백을 하루 앞두고 처음 공개된 정규 5집 타이틀곡 '썬더(THUNDER)'와 수록곡 'HBD' 무대였는데요. 처음으로 공개되는 곡임에도 중독적인 훅으로 현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동시에 목소리를 높여 '떼창'하는 진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폭죽 뒤로 노을 진 하늘이 자리해 낭만적인 분위기까지 연출됐죠.
당시 공연은 공간 자체를 활용한 연출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 무대에선 달빛 무지개 분수가 세븐틴 공식색인 로즈쿼츠와 세레니티 빛으로 물들었고요. 세븐틴이 '음악의 신'을 부를 땐 형형색색의 조명이 박자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쏟아졌습니다. '아주 나이스(아주 NICE)' 무대에서는 수상 불꽃쇼와 무지개 분수가 어우러지면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이날 잠수교는 팬덤뿐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거대한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반포한강공원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멀리서도 공연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고, 위버스와 유튜브, 네이버 치지직 등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 팬들도 동시에 당시 현장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잠수교라는 일상적 공간이 '세븐틴의 무대'로 완전히 재탄생한 순간이었죠. 아쉽게 관람 추첨에서 떨어진 팬들이 요트를 타고 무대를 관람하면서 자아낸 웃음은 덤이었습니다.

랜드마크를 아티스트의 색으로 물들이는 장면은 이제 대규모 프로모션의 상징이 됐습니다.
블랙핑크는 지난달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시작된 월드투어 '블랙핑크 월드투어 [데드라인](BLACKPINK WORLD TOUR [DEADLINE])'를 기념해 대규모 프로모션 '핑크 에리어(PINK AREA): 테이크 오버 라이팅'을 전개했는데요. 남산서울타워, 세빛섬, 반포대교 등 서울의 대표 명소들이 블랙핑크 시그니처 컬러인 핑크빛으로 물들었죠.
특히 세빛섬과 반포대교에서는 분수 쇼와 함께 핑크색 라이팅이 더해져 여름밤 한강을 찾은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블랙핑크의 시그니처 사운드 '블랙핑크 인 유어 에리어(BLACKPINK in Your Area)'가 현실 공간에 구현돼 완전체 블랙핑크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습니다.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는 블랙핑크인 만큼 SNS에는 팬들이 남산타워, 세빛섬 등 핑크빛으로 물든 상징물을 배경으로 촬영한 인증 샷이 활발히 공유되며 블랙핑크의 월드클래스 위상을 입증했죠.
블랙핑크가 핑크빛으로 서울을 물들였다면, 이번엔 하늘색입니다.
가수 임영웅은 두 번째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아임 히어로 2' - 더 모멘트('IM HERO 2' - THE MOMENT)'를 13일 예고했습니다.
'더 모멘트'는 임영웅의 정규 2집 발매를 기념해 도심 곳곳에서 영웅시대와 함께하는 하늘빛 축제인데요. 소속사 물고기뮤직에 따르면 우선 음원 발매 전날인 28일 전국 CGV 주요 극장에서 ‘IM HERO 2’ 청음회가 열립니다.
눈길을 끄는 대형 이벤트는 따로 있습니다. 임영웅 앨범 발매 당일인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남산서울타워에서 팬덤 영웅시대를 상징하는 하늘빛 조명 라이팅이 진행되며 스페셜 포토존도 마련되는데요. 31일 뚝섬한강공원 수변무대 일대에선 임영웅의 신곡과 함께 뚝섬 밤하늘을 수놓을 1000여 대의 드론 라이트쇼가 개최됩니다. 스페셜 포토존도 빠질 수 없죠.

최근 컴백 프로모션은 무대 밖에서도 축제가 이어지도록 설계됩니다. 세븐틴은 잠수교 공연과 동시에 세빛섬 팝업스토어를 운영, 팬들이 공연 전후로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현장은 연일 성황을 이뤘습니다.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행사가 열린 사흘간 행사장을 방문한 인원을 약 1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블랙핑크의 '핑크 에리어' 프로모션도 남산서울타워·세빛섬·반포대교를 배경으로 한 SNS 인증샷 열풍으로 온라인 화제성을 폭발시켰는데요. 임영웅의 '더 모멘트' 역시 비슷한 풍경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 CGV 청음회로 팬들에게 신곡을 가장 먼저 들려주고 남산타워 라이팅·뚝섬 드론쇼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로 관심을 이어갈 계획인데요. 현장에 오지 못한 팬들이더라도 온라인에 실시간에 공유되는 콘텐츠를 통해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죠.
이런 온·온라인 결합 프로모션은 단순히 팬덤 결집을 넘어 도시를 브랜드화하는 효과까지 냅니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에 서울의 명소와 문화 디테일을 담으면서 화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콘텐츠 속 서울남산타워와 낙산공원 성곽길, 한옥마을, 명동 등은 '서울'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고 외국인 관광객 방문 증가까지 이끌었습니다. 한국 전통 동물인 호랑이·까치 캐릭터 상품이나 김밥·라면 같은 K푸드 등 전통과 생활 문화까지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도시 매력이 입체적으로 전달된 사례로 풀이됩니다. 오죽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케데헌'에 대해 "눈물 나게 고마운 작품"이라고 '샤라웃'을 했을까요. 오 시장은 SBS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에 출연해 "국내에서 제작한 것도 아닌데 서울을 배경으로 멋진 장면을 담아 전 세계에 소개했다"고 말했죠.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와 상징적 공간에 온라인 동시 송출 등 기술의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팬덤 결집은 물론 전 세계 노출까지 노릴 수 있는 게 요즘 컴백 프로모션인데요. 하나의 '열린 축제'를 선보이고, 이 현장이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서 도시 브랜딩까지 이어지는 흐름. 가요계의 새로운 공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