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부산 아파트 청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고가 하이엔드 단지만 예외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약시장이 침체돼도 고급 주거 수요층은 가격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부산에서는 조합원 취소분을 제외하고 총 17개 민영 단지가 일반 분양에 나섰다. 이 중 평균 경쟁률이 1대 1을 넘긴 곳은 5개 단지에 불과하다.
‘가야역 롯데캐슬 스카이엘’, ‘디에이션 파크 부산’ 등 대형 건설사 시공 단지들도 저조한 청약 성적을 보이면서 상당수 단지가 0.2~0.3대 1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부진은 부산의 미분양 물량 적체로 이어졌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사전 분양까지 포함한 부산 전체 미분양 가구는 올해 6월 말 기준 5375가구로 지난 5월 5420가구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5000가구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4720가구)과 비교하면 약 14%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663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1월 2268가구로 2000가구대에 진입한 뒤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미분양 주택은 1월 2268가구, 2월 2261가구, 3월 2438가구, 4월 2462가구, 5월 2596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2009~2010년 부산 악성 미분양 물량이 5000가구를 넘으며 정점을 찍은 이후 장기간 1000가구 이하로 안정세를 유지해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최고가 아파트는 오히려 시장의 관심을 끌며 양극화 현상을 드러냈다. 대출 부담이 없는 현금 부자들이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고급 주거상품에 선택과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진행된 '써밋 리미티드 남천' 1순위 접수 결과 720가구 모집에 1만6286명이 신청해 평균 2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 84㎡B의 경우 24가구가 공급됐는데 해당 지역에서 7840명이 접수해 326.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옛 메가마트 부지에 지하 5층~지상 40층, 5개 동 835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대우건설이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써밋'을 새롭게 단장한 후 처음으로 리미티드 브랜드를 적용한 단지다.
특히 부산서 처음으로 3.3㎡당 평균 분양가 5000만 원을 넘겨 주목을 받았다.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는 16억2380만 원이다. 펜트하우스(전용 243㎡)의 경우 분양가가 최고가 기준으로 115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분양한 해운대구 재송동 옛 한진CY부지에 들어서는 ‘르엘 리버파크 센텀’ 역시 1순위 평균 경쟁률이 4.66 대 1을 기록하며 청약 열기를 보였다. 평당 분양가가 4410만 원을 넘었음에도 전용면적 84㎡의 경우 56가구 모집에 6517개의 청약 통장이 몰리며 경쟁률이 116.4대 1까지 치솟기도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선택과 집중이 확실히 가능한 고급 주거상품은 나름의 수요층이 형성돼 있어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현금 부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라며 “이번 흥행은 ‘돈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점을 환기시킨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현상이 부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