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더딘 석화업계…구조조정 속도가 생존 가른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악화됐다. 하반기 회복 기대감도 옅어졌다.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중국의 감산 유도와 경기 부양책이 숨통을 틔울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속도가 생존을 가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244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각각 904억 원, 46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금호석유화학은 652억 원으로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 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들 4사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3169억 원으로, 1분기(-1537억 원)보다 적자 규모가 두 배 넘게 늘었다.

기업들의 수익성을 짓눌러온 중국발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상호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시장을 덮치며 수요를 더욱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관세 장벽에 따른 수요 둔화가 여전한 데다, 중국에서 올해와 내년에 예정된 증설 물량이 남아 있는 만큼 감산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재편 논의도 더딘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상반기 후속 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대선과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기업 간 설비 통합 논의도 속도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속도를 높일 뚜렷한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용 절감과 생산 중단 등 자구책을 펴고 있다. 최근 여천NCC는 여수 3공장 가동을 임시 중단했고, LG화학은 워터솔루션에 이어 에스테틱 사업 매각을 결정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반론적으로 보면 개별 기업 레벨에서 가능한 최적화는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추가적인 기업 간 통합 운영과 손실 제품군 축소 생산 등을 추진하면 공급 과잉을 완화하고 의미 있는 수준의 현금흐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 포트폴리오 전환과 배터리·태양광 등 ‘탈석화’ 중심의 성장 기반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신약 등을 3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자동차용 고부가 합성수지(ABS), 변성 SSBR, C3-IPA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전남 율촌산단에 국내 최대 규모 단일 컴파운딩 공장을 건설 중이며, 10월부터 일부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소 사업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역시 10월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태양광 사업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 동남아 4국에 이어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산 제품에 대해서도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에 착수하는 등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호석유화학도 NB라텍스 수익성 개선과 고부가 제품 확대를 통해 실적 회복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