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침한 시장이 빛나는 '핫플'로…서울 곳곳에 활기 불어넣는 'K 건축'

▲서울 영등포구 생각공장. (사진제공=서울시)

"건축은 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큰 업무 빌딩을 장벽이 아닌 '도시 안의 길'이 되도록 만든 이유입니다."

지식산업센터인 생각공장을 설계한 김동관 정림건축종합건축사무소장의 얘기다. 김 소장은 건축물과 주변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일 서울 시내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우수 건축물을 둘러봤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생각공장이 첫 번째 현장이다.

생각공장은 2023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새로운 유형의 지식산업센터로 도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자 했다"며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민간 주도사업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려고 건축가가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심사평처럼 생각공장은 빈틈없이 꽉 채워진 보통의 빌딩과 다른 모습이다. 정면에서 보면 3개의 건물이 넓은 마당 같은 공간을 둘러싼 형태다. 건물 사이의 공간은 광장이자 생각공장을 둘러싼 동서남북 어디로든 통하는 길이다. 그 안에는 상가들이 자리 잡았다.

생각공장의 길과 광장은 오랜 시간 물류창고로 사용되며 삭막하고 단절됐던 공간을 주변의 주거지, 학교, 지하철역, 상가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며 주민들의 통근길과 산책로,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중학교 (사진제공=서울시)

생각공장을 나와 찾은 곳은 2022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은 신길중학교다. 신길 뉴타운의 고층 아파트 사이에 있는 신길중학교의 첫인상은 전원주택 여러 채가 늘어선 타운하우스 같았다.

신길중학교는 직사각형의 덩치 큰 건물 하나가 우뚝 선 다른 학교와 다르다. 정문을 기준으로 가장 앞은 2층, 그 뒤로 3층, 4층을 차례로 배치한 계단형 구조를 갖췄다. 교실별로 각각 지붕을 설치했다.

운동장도 넓지 않다. 운동장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건물 안쪽에 단독주택 마당 정도 크기의 중정 19개를 배치했다. 복도만 지나면 개방 공간이 나오다 보니 학생들은 짧은 쉬는 시간에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설계를 맡은 이현우 이집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위압적이지 않은 집처럼 작고 낮은 마을 같은 학교를 만들려고 했다"며 "창의력 발달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형태와 동선을 다양화, 입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BUNKER 대방 청소년 센터. (사진제공=서울시)

세 번째 장소는 동작구 BUNKER 대방 청소년 센터다. 말 그대로 방치된 벙커를 지역 청소년의 놀이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곳이다.

작은 입구로 들어가면 야전의 군 기지를 연상시키는 곡선형 천장이 눈에 들어오고 넓은 계단식 공연장으로 조성된 넓은 1층이 나온다. 여기에는 MR구기스포츠, VR어트렉션 등 ICT 스포츠존이 마련돼 있고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놀이감을 가져와 즐기기도 한다. 2층은 유튜브 편집 교육 등이 이뤄지는 공간, 3층에는 스포츠코트와 전시 등에 활용하는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조진만 조진만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놀 수 있도록 정형화하는 대신 열린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인류 문명의 발생지인 동굴을 모티브로 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 CLOUD. (사진제공=서울시)

다음으로는 용산구 신흥시장 CLOUD를 찾았다.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은 CLOUD는 해방촌 신흥시장 하늘을 가렸던 석면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새로운 지붕을 설치한 공공건축물이다.

1층과 2층 사이가 석면 슬레이트로 가려져 으슥함이 가득했던 신흥시장 골목은 투명의 CLOUD로 밝게 바뀌면서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탈바꿈했다.

CLOUD는 건물 사이 맞벽 위치나 상가 영업에 영향을 주지 않게 휘어진 스틸 파이프가 투명의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다. 투명 지붕은 유리나 플라스틱이 아니다. 투명 필름에 공기를 넣은 공기충전방식의 ETFE 막 구조다.

위진복 UIA건축사사무소장은 "유리 등 다른 소재는 너무 무거워 오래 지탱하기 어려워 공기로 지붕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했다"며 "그 결과 전체 면적 1평 남짓의 기둥으로 600평이 넘는 지붕을 지지하는 게 가능했는데 이건 바늘 위에 명함을 세운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원서작업실. (사진제공=서울시)

마지막 방문지는 종로구 원서작업실이다. 원서작업실은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은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의 사옥이다.

한쪽으로는 한옥과 맞닿았고 바로 옆에는 현대식 건축물이 있는 원서작업실은 이 두 가지 면모 모두 담아냈다. 가운데 평지붕을 다섯 개의 처마가 있는 지붕이 둘러싸 마을 같은 모습을 형성했다. 처마는 한옥처럼 하늘로 치켜 올라가는 형상이다.

또 내외부에 목재와 콘크리트, 철골을 함께 사용했다. 1층은 철근콘크리트, 2층은 철골 기둥과 중목기둥 조합, 지붕은 중목구조가 쓰였다.

유재은 시건축 대표는 "원서작업실은 각 기능과 요구에 적합한 구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라며 "전통의 기본은 지키면서 새로운 시도는 유연하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