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높은 잡화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
“K패션 이제 성장...한국 브랜드 다양화 기폭제 될 수도”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모자 등 잡화를 전면에 내세워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모자ㆍ가방처럼 단가가 낮고 단순하지만 감각적인 로고 디자인을 넣은 제품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팬덤 기반 수요와 만난 결과다. K패션에도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잡화 흥행 공식’의 지속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잡화를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대표적인 브랜드가 연 1000억 원 매출 달성을 눈앞에 둔 이미스(EMIS)다. 이미스의 지난해 매출은 863억 원으로, 이 브랜드의 핵심 제품은 평균 소비자가격 4만9000원의 볼캡이다. 단순하지만 감각적인 로고 디자인의 볼캡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 주요 사례다.
K패션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마뗑킴도 가방과 모자 등 액세서리 비중이 전체 상품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모스터도 올해 5월 헤드웨어 브랜드 ‘어티슈(ATIISU)’를 런칭했다. 체형이나 사이즈와 무관하게 시도하고 소비할 수 있는 모자 등 잡화류를 공략해 국내외 시장을 모두 잡는 식이다.
소비자들 반응도 뚜렷하다. 올해 7월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의 브랜드 카테고리 모자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 2023년과 비교하면 135% 급증했다. W컨셉에서도 볼캡‧비니 등 모자 카테고리 매출이 올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10% 늘었다. W컨셉 관계자는 “이미스, 올인컴플리트, 레이지지 등의 브랜드 중심으로 K-모자 인기가 커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K패션에 관심을 가진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도 확인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무신사 스토어 홍대 매장에서의 볼캡 거래액은 1년 전보다 50% 확대됐다. 올 상반기 무신사 스토어 홍대와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모자‧액세서리 거래액의 절반은 외국인이 차지했다. 특히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일본 쇼핑 플랫폼 ‘아무드(amood)’에서 7월 한 달 간 모자 거래액이 1년 전보다 4배 이상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 브랜드의 약진도 이어지며 흥행 공식을 이어가는 추세다. 에이블리 거래 기준 올해 급부상한 스트릿 브랜드 ‘벤힛’의 7월 한 달 모자 거래액은 1년 전보다 약 157배, ‘WICK’의 경우 101배 이상 급증하는 식이다. ‘조거쉬’와 ‘에이이에이’ 역시 스트릿 무드의 감각적인 볼캡으로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에서 외국인 수요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잡화 흥행 공식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각인시키고 초기 팬층을 확보해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방법”이라며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 의류도 구매하게 되고, 이는 브랜드 상품을 더 폭넓게 경험하게 만드는 마중물이 된다. K패션이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하는 단계인 만큼 한국의 브랜드 파워가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