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일부 비켜가지만
D램·낸드는 '불확실성'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대해 약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미국 내 제조 투자 행사에서 “모든 반도체와 칩 제품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다만 미국에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다음 주쯤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이미 양산 중이며, 현재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 시설에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칩, 구글·아마존 전용 AI 칩 등 첨단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생산할 예정이라 트럼프의 ‘미국 내 생산 예외’ 방침에 따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체 매출 비중이 훨씬 높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대부분 한국(화성·평택)과 중국(시안)에서 생산되고 있어 이번 고율 관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상황은 더 불리하다. 미국 내에는 생산 거점이 없고 한국 이천·청주와 중국 우시·다롄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수요처 비중이 높은 고성능 메모리(HBM 등) 제품이 관세 부담을 직접적으로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약 14조7000억 원)를 기록했다. 명목상으로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이나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지만 조립·가공 등의 이유로 대만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에 수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처럼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생산을 약속한 기업들에는 고용·생산 규모에 관계없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이미 갖춘 삼성전자와 현지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 기지 건설을 준비 중인 SK하이닉스 모두 관세 충격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애플에는 관세가 면제된다고 트럼프는 설명했다. 애플은 이를 위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아이폰 차세대 칩 생산을 맡기는 등 현지 생산 비중 확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테일러 공장 등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관세 면제를 주장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에 HBM 패키징 및 R&D 시설 건설을 추진 중인 것을 들어 관세 면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무관세 혜택 가능성이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애플의 발표를 기점을 아이폰도 무관세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삼성전자 역시 오스틴과 테일러팹 활용, 그리고 TI 등 미국 반도체의 구매를 강조하며 무관세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관세와 관련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부과 시기와 적용 방식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우리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응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