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 뒷받침 기업, 중장기 매수 기회로 전환 가능
거둬들인 세금, ‘AI 반도체 산업·K-문화·콘텐츠·해운·방위’로 흘러갈지 주목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국내 증시에 충격을 줬지만, 중장기적으로 투자 기회로도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3119.41로 전 거래일 대비 3.88% 하락한 채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4.03% 하락한 772.79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세제 개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나온 세제개편안은 법인세와 증권거래세율 인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우려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코스피 5000을 향해 달려가던 시장은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는 도입되지만, 적용 요건이 까다롭고 일부 구간의 세율도 높은 수준으로 설정돼 시장 기대와 부합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조건이 강화되고 최고세율이 높아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부과 대상이 기존 50억 원 이상 보유자에서 10억 원 이상 보유자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과세 회피를 위한 연말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거래세율은 코스피 0.05%, 코스닥 0.2%로 상향 조정되면서 2023년 수준으로 환원했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모든 구간의 세율을 각각 1%포인트(p)씩 일괄 인상한다. 적용 세율은 2억 원 이하 10%, 2억~200억 원 20%, 200억~3000억 원 22%, 3000억 원 초과 25%로 설정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14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26일 국무회의 의결 후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8500억 원에 달했고, 기관이 1조1600억여 원을 팔아치웠다. 개인이 1조9600억여 원을 순매수했지만, 내림세를 막지 못했다. 코스닥 역시 770선 초반까지 후퇴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모두 하락을 면치 못했다. 전날 상승세를 이끌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마저 5% 넘게 떨어졌다. 코스피 역시 오른 종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증권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책 수혜를 선반영하며 급등했던 업종은 이번 세제 개편 확정 이후 ‘정책 엇박자’로 인식되며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업의 실적, 사업성 등의 악화가 아니라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한 하락이기 때문에 중장기 매수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중장기 매수기회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정책변화에 기대하는 부분은 세금 혜택이 아닌 기업 거버넌스 개선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종영 연구원은 “단기적 배당주, 가치주 가격 조정이 예상되지만,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며 “8월 초, 9월 중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및 자사주 소각 상법 개정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시점에서는 자사주 비율이 높은 종목 위주로 선별 접근이 유효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정부에서 거둬들이는 세수를 어디에 집중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발표한 기술주도 성장을 위한 세제 지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K-문화·콘텐츠 산업, 해운·방위산업 등에 지원하는 부분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창 연구원도 “이번 세제 개편안 중 AI 반도체 산업과 K-문화, 콘텐츠, 해운, 방위산업은 전략산업으로 지정돼 여러 세제 지원 항목이 신설, 확대됐다”며 “이재명 정부의 산업 정책 드라이브의 예고편일 수 있어 산업 정책에 관한 관심을 높여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