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기술 격차 유지·가격 방어 기대감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에서 DDR5로의 세대 전환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양산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예상보다 늦어진 생산으로 글로벌 D램 시장의 흐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저가 물량을 앞세운 중국발 공급 과잉 우려가 한풀 꺾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이저 업체들은 가격 하락 압력을 피하고 기술 격차를 벌릴 기회를 얻었다. DDR5 시장 가격 역시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하며 수익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기존 5~6월로 계획했던 DDR5 양산을 아직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는 연말 양산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CXMT는 DDR4 생산을 중단하고 DDR5 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이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과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양산 일정이 미뤄진 배경에는 DDR5 제품의 낮은 수율과 품질 문제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진행된 DDR5 샘플 테스트 과정에서 과열로 인한 안정성 문제와 영하의 온도에서 작동 이상이 발생했다. 수율 역시 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CXMT의 DDR5 양산은 글로벌 D램 제조사들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그동안 낮은 가격을 무기로 제품을 대량 공급해왔고 이로 인해 시장 가격이 크게 흔들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DDR4에서 빠르게 DDR5로 전환한 배경에도 이런 중국발 변수에 대한 대응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에 CXMT가 양산 일정을 미루면서 글로벌 D램 3사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는 수익성 보호를 넘어 기술 경쟁 구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DDR5 기술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과도 직결되는데, HBM은 D램을 수직 적층한 구조이기 때문에 D램 개발 역량은 곧 HBM 경쟁력과도 이어진다.
또한 미국 정부의 제재로 CXMT의 장비 수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D램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CXMT는 올해 미국의 블랙리스트로 선정되면서 외산 장비 수입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연말 웨이퍼 생산능력(캐파)도 기존 월 30만 장에서 26만 장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36.6%, 삼성전자 39.3%, 마이크론 22.4% 순이다.
CXMT의 현재 점유율은 아직 이들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기술력과 생산역량이 개선될 경우 점유율이 두 자릿수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