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쳤지만 과거 정치구조 그대로
"당권파 구조상 혁신이 불가능한 당"

국민의힘이 다음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혁신 요구를 사실상 무시하면서,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의 정치적 구조를 유지한 채 일정만 강행할 경우 수도권 민심 이탈과 청년층 외면 등으로 보수 진영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달 치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헌과 당규에 따른 당원 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의 비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윤희숙 혁신위원회가 ‘여론조사 100%’ 방식의 도입을 제안했으나 이를 실현할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혁신적인 변화가 불가능해졌다. 이는 당 내부의 혁신 논의가 멈춰섰다는 신호로, 당의 변화에 대한 국민과 당원들의 기대를 외면한 채 기존의 정치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혁신'을 외쳤지만, 당내 주요 인사들은 혁신위의 건의를 뒷전으로 미루고 전대 일정만 기계적으로 확정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23일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윤희숙 혁신안’을 논의했으나 별 소득 없이 끝냈다. 첫 의총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불참해 1시간 만에 해산했다. 두 번째 의총에선 윤 위원장이 1호 혁신안인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 명시’만이라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지만, 흔쾌히 찬성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이 혁신의 첫 단추조차 끼지 못하면서 '보수의 희망이 없다'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은 현재 친윤(석열)계가 장악한 당권파가 실질적으로 모든 권한을 쥐고 있고, 이들과 공생 관계에 있는 초선·영남권 의원, 비례대표들이 40~50명씩 똘똘 뭉쳐 있다"며 "이 구조 안에선 인적 쇄신이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비호남권 연고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의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영남 지역에 집중돼 있고,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당이 극우적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몇 당내 인사들의 발언과 행동은 20~30대, 40~50대, 60대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서의 지지가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보수층 내부의 분열을 초래하고 나아가 국민의힘의 정치적 정체성 혼란을 더욱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은 정당은, 결국 정치 참여 동기 약화와 같은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힘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소속 관계자는 "이 전당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보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이번 전당대회에서 혁신적 변화가 없고, 과거의 방식대로 당권을 운영하는 인사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국민의힘은 그 어떤 선거에서도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모두 ‘중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론 강남·대구·경북 등 텃밭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구 의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여론이나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수도권 위기론이나 청년층 이탈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다"고 평가했다.
8월 전당대회 관련해선 “만약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당권파에겐 ‘정치적 죽음’이 될 수 있다”며 “권성동, 권영세, 나경원 등 구 친윤계 핵심들은 사실상 퇴출되고 당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안철수가 당선될 경우 향후 개혁의 파고가 상당히 거세질 것이고,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흐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문수처럼 극우 성향의 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은 극단적 우클릭 노선을 걷게 될 것이며 중도와 청년, 수도권 민심은 완전히 떠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