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신흥국 시중 韓보다 2배↑
1인당 GDP 한국 추월 전망도 나와

대만은 수출 경쟁력 있는 방위산업도, K팝처럼 글로벌 팬덤을 지닌 문화상품도 없다. 원자력 산업 경쟁력도 약하다. 그런데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인구 2400만 명에 국토는 우리나라의 3분의 1가량 되는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반도체 하나로 ‘잘사는 나라’ 대열에 합류했을까. 산업 전략의 집요한 집중력과 자본시장 친화적 시스템 차이가 한국과 대만의 미래를 갈랐다.
세계 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와 대만을 보는 시각은 다르다. 예컨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 지수에서 국가별 차지 비중은 대만이 우리보다 2배가량 크다.
나라별로 △중국 28.42% △대만 18.92% △인도 18.12% △한국 10.73% △브라질 4.43% △기타 19.38% 등이다.
MSCI는 공매도 접근성은 다소 개선됐다고 평가했지만, 외환시장 개방 부족과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 파생상품 활용 제약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제도 변화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 신뢰 부족이 선진시장 전환의 걸림돌로 남았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대만의 경제 규모는 우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올해 1인당 GDP 예측치는 3만4426달러로 우리 3만4642달러와 비슷하다. 과거 우리의 고속성장 속에서 차이를 벌렸다가 인공지능(AI) 발전의 핵심산업인 반도체 제조기술 덕에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IMF는 한국의 1인당 GDP 4만 달러 돌파 시점을 2027년에서 2029년으로 지연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여파를 크게 입은 한국의 1인당 GDP가 내년 대만에 역전당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대만은 대체로 우리보다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다. 대만 가권지수(TAIEX)와 장외거래 종목 수는 약 1000개(지난해 말 기준)로 우리나라의 절반이 안 되지만, 시총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우리보다 10%포인트 앞선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는 반도체 산업에서 25%로 우리나라 15% 이내와 비교해서 높은 편이다. 자사주 소각 제도의 경우도 절차가 간단해 적극적으로 소각이 이뤄진다고 한다.
대만 경제는 세계 1위 반도체 제조기술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 정부는 1980년대 초부터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미국 기업 RCA로부터 기술을 들여와 정부 기관인 산업기술연구원(ITRI)에서 반도체 연구를 시작했고, 이 조직에서 분사된 기업이 바로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다.
TSMC는 1987년 설립 당시 정부가 48% 지분을 투자한 민관 합작 회사였다.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대만 정부는 제도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뼈대를 설계한 셈이다.
대만은 AI 반도체 제조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섰다. 서승연 DB증권 연구원은 “대만 반도체 섹터의 경우 견조한 인공지능(AI) 수요를 재확인했다”며 “AI 서버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기업들의 6월 매출은 AI 수요로 전월 및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