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정책 무력화" vs 빅테크 "혁신 기회"
김용범 정책실장 "억제보다 제도화로 주권 수호”

더불어민주당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달러·원화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민병덕·강준현·안도걸 의원이 각각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고, 당 차원에서도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를 검토하는 등 정부와 협력 채널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만 통화정책 무력화를 우려하는 한국은행과 시장 진출을 노리는 빅테크 업계 간의 스테이블 코인 규율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법제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강연에서 "세계 결제시장에 스테이블코인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민 의원은 "지금이 우리가 지급결제 시장에서 몇십 퍼센트, 최소한 몇 퍼센트라도 차지할 수 있는 마지막 절호의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 민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자기자본 5억 원 이상 국내 법인이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과 일반 기업에도 문호를 연 것이다. 강준현 의원은 자본금 요건을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초안을 공개했으나, 현재 법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나선 상태다.
민 의원은 "테더(USDT) 1120억달러, 써클(USDC) 340억달러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미국이 7월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한 것은 '폭발'과 같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미국은 외환거래법상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라고 압박할 것이고 우리는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법안을 연내 가능한 빠르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나, 여야 이견이 적은 토큰증권법과 달리 이해관계 충돌이 있는 만큼 논의에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민간 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규제되지 않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할 경우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의 환전이 촉진돼 자본 유출입 규제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4대 핵심 리스크로 △코인런(대규모 인출) 위험 △결제 및 운영 리스크 △외환거래 및 자본유출입 리스크 △통화정책 유효성 제약 리스크를 꼽기도 했다.
특히 "다수 비은행 기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19세기 민간 화폐 발행에 따른 혼선이 재현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실효성 저하를 우려했다. 한은은 발행 인가권한에 자신들이 참여하는 '공동심사제'를 요구하고 있고, 초기에는 시중은행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점진적 확대'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
빅테크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토스뱅크(48건), 카카오페이(18건), 카카오뱅크(12건) 등이 앞다퉈 상표권을 출원했고, 네이버페이는 두나무와 손잡고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 중이다. 시중은행들도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 산하에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하고 10개 은행이 참여하는 공동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한은과 빅테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가상자산 전문가로 활동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세미나 등을 통해 "통화주권은 스테이블코인을 억제해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도화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조속히 도입하고 그 구조를 우리가 직접 설계함으로써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을 살린다면 타국 화폐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국부 유출을 막고 소외되지 않으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고, 국가 주도의 설계와 민간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