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갑질에 무너지는 조직기강…"구조적 개혁 시급"

공직사회의 '갑질'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해양경찰 간부가 부하 직원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인사조치를 받고 퇴직한 가운데, 최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과 맞물리며 '위계에 기대 사적 업무를 시키는 공직 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21일 취재를 종합하면,해당 사건은 지난 4월 말, A 경감이 경남 사천해양경찰서에서 근무 중이던 시기에 제기된 내부 민원에서 시작됐다.
A 경감은 부하에게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자신의 물품을 대신 팔아줄 것을 요구하고 이외에도 사적용무를 반복적으로 강요한 혐의와 폭언과 모욕성 발언을 수차례 했다는 내용이 해경 자체 내부신고 채널인 ‘신문고’에 접수됐다.
남해해경청 감사담당관실은 약 한 달간의 조사 끝에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A 경감을 이달 7일 자로 동해청 소속 강릉해경서로 전보 조치했다.
하지만 A 경감은 발령 직후인 16일, 의무면직을 신청해 공직을 떠났다.
해경 측은 "감찰 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인사조치를 했으며,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문화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지자 해경 내부는 물론 공직사회 전반에서 조직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보좌진의 갑질 논란과도 궤를 같이 한다.
강 후보자의 보좌진은 국회의원 시절 사무실 인턴에게 사적인 업무를 시켰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으며, 민원인 대응 과정에서도 감정노동을 유발하는 지시와 위계적 언행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 사례 모두 ‘공적 권한’을 사적 편의에 사용하는 관행이 여전히 청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공직사회에 뿌리 깊은 ‘사적 심부름 관행’과 권위주의적 조직문화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상명하복 구조 속에서 부하 직원이 문제 제기를 하기도 어려운 폐쇄적 환경이, 문제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해양경찰 내에서는 수년간 반복적으로 갑질과 비위 행위가 드러났다.
2023년 1월에는 제주해경서 소속 B 순경이 직장 내 괴롭힘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같은 해 7월 서귀포해양경찰서 C 경정은 부하에게 욕설을 하고 초과근무수당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징계받은 해경 직원 수는 460명을 넘어선다.
한 공직윤리 전문가는 "의원실이나 경찰서든, 직급에 따른 권한을 사적 편의로 착각하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이런 권력 남용은 일상화되어 있지만, 드러나는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해경 간부는 "공직자에게 가장 경계돼야 할 것은 '사적인 편의'와 '공적인 책임'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이제는 인사조치로 땜질할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