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 쇼크…“이상기후 1~2개월 안에 소비자물가 직격탄”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ㆍECB 연구 결과
2022년 미국서 가뭄·허리케인에 채소 가격 80% 폭등
작년 한국·중국서도 폭염에 유사한 사례 발생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동부 리아우주 림바 판장 지역에서 20일(현지시간)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리아우 당국은 주 전체에서 140건 이상의 산불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섬에서는 건조한 기간에 산불이 자주 발생해 인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도 연무가 낀다. (림바 판장(인도네시아)/AFP연합뉴스)
전 세계 식품 가격 급등 원인에 기후변화가 초래한 극한 날씨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와 유럽중앙은행(ECB) 연구원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기상 현상 16건을 토대로 진행됐다. 분석에 따르면 기상 현상 상당수는 피해 지역에서 매우 이례적인 수준으로 심각하게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서 2020년 이전까지 유사한 경험이 없었을 정도다.

연구진은 “전례 없는 이상기후가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흔해질 것”이라며 “극한 기상조건에 관한 새로운 기록은 계속 경신될 것이고 이는 현재 농업 생산과 경제 시스템이 적응하고 있는 수준과 거리가 멀다”고 경고했다.

특히 극심한 기후변화가 소비자물가에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극심한 더위나 가뭄 발생 후 1~2개월 만에 가격이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이 발견한 대표적인 예는 2022년 미국에서 발생한 가뭄과 허리케인이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선 3년 동안 이어진 역대 최장 기간 가뭄이 있었다. 그 해에만 약 20억 달러(약 2조7800억 원) 상당의 초기 작물 손실이 발생했다. 같은 해 미국 겨울 상추 공급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애리조나에서도 가뭄이 발생해 콜로라도강으로부터 물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여기에 허리케인 ‘이안’이 플로리다를 강타했다. 그 결과 미국 채소 가격은 전년 대비 80% 이상 폭등했다.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에서 20일 배달원이 태풍 위파로 인해 물에 잠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하이커우(중국)/EPA연합뉴스)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다. 지난해 중국에선 여름철 기온이 46도까지 오르자 6~9월 채소 가격이 40% 넘게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덥고 건조한 날씨 탓에 한때 배추 가격이 전년 대비 69.5% 폭등했다.

호주는 2022년 초 극심한 홍수 피해를 겪었다. 당시 홍수는 호주 역사상 다섯 번째로 큰 재난으로 기록됐다. 그 결과 호주 아이스버그 상추 가격은 300% 넘게 치솟았다. 패스트푸드 체인 KFC는 호주에서 판매되는 햄버거에 들어갈 상추를 양배추로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극심한 기상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각국은 소비자들이 식품 가격 상승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자국 온난화를 억제하는 게 식품 인플레이션 위험을 줄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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