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실체 다가가는 특검…강의구‧박정훈 소환조사

▲ 이명현(가운데) 특검검사가 2일 서울 서초동에 마련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살펴보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핵심 참모들의 진술을 확보하며 'VIP 격노설'의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채상병 특검팀은 16일 오후 2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강 전 실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기 비서관을 지낸 측근이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검찰을 떠나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검은 강 전 실장이 VIP 격노설이 처음 제기된 2023년 7월 31일 국방 관계자들과 통화하며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는 7월 31일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참석하지는 아니지만, 당일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안보실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내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직접 목격한 회의 배석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특검은 추가로 관련 진술을 확보해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채상병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아울러 특검은 VIP 격노설을 처음으로 세간에 알리며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도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날 오후 1시께 특검에 출석한 박 대령은 기자들과 만나 “VIP 격노설이 설(說)이 아니라 사실로 규명이 됐으니 모든 것이 제대로 밝혀질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시작점이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날 박 대령이 김계환 전 사령관에게 전해 들었다는 VIP 격노설 내용을 비롯해 채상병 사건 초동 수사기록의 이첩·회수 과정 전반을 확인할 계획이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는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고, 결국 수사 외압으로 연결됐다는 의혹이다.

당시 초동수사를 이끌었던 박 대령은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가 항명 혐의로 기소된 후 올해 초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는데 그것을 '격노'라는 프레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관련 지적과 함께 우려를 표명할 수 있고 그렇게 했다면 그 또한 대통령으로서 지극히 정당한 행동”이라며 "이 전 장관은 ‘격노로 느낄 만한 기억이 없다, 사단장을 빼라는 지시나 이첩을 보류하라는 구체적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