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성 질문 다수 포함…기재부 익명게시판서 성토 잇따라
"행정력 낭비" vs "많이 물어야 1~2개 건져…검증 수싸움"

"공무원 짓 하는 거 참 자괴감 드네"
최근 기획재정부 내부 익명 게시판인 '공감소통'에 올라온 글이다. 제목은 '천하람 질의서 보니까'.
짧은 내용이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17일 열리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기재부에 보낸 서면질의 수가 과도하게 많고 중복적이라는 취지다. 기재부 내에선 이러한 선문답식 '질의 폭탄'은 사실상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천 의원실은 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으로서 후보 정밀 검증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는 입장이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천 의원실이 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기재부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사청문준비단에 보낸 서면질의는 312개다. 기재위원 21명의 서면질의 내용이 담긴 '구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보면 전체 약 1000쪽 중 천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은 약 200쪽 분량으로 전체 5분의 1 수준이다.
기재위원장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는 36개,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3개, 여당 간사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개로 20~40쪽 분량이다. 질의가 10개 미만인 의원(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8개, 오기형 민주당 의원 6개 등)도 있다.
천 의원 질의서 관련 '공감소통' 글에는 기재부 직원들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마치 천 의원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다만 질문 개수보다도 형식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예를 들어 "00년대 중·고등학생 사이에 유행하던 자기소개 백문백답 같은 느낌이었다", "(답변해야 할) 실·국 표시한 글씨체가 점점 날아가는…기조실 고생 많다", "갑질 대단하네. 억울하면 의원 해야지", "갑질 신고 안 되나. 너무 악질이다", '이러지만 않아도 공무원 업무 효율이 훨씬 올라간다'' 등이다. 글 내용에 공감한다는 '좋아요' 수는 100개를 넘어섰다.
본지가 천 의원이 보낸 질의를 살펴본 결과 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파고들거나 경제수장 후보로서 정책 구상을 묻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양 자체가 방대하다 보니 중복 혹은 신변잡기식으로 여겨질 법한 질문도 있었다. 가령 '가장 절실한 국가정책은', '후보자가 생각하는 가장 절실한 경제정책은', '가장 절실한 조세정책은'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 또는 TV프로그램과 그 이유',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과 그 이유',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문헌과 그 이유' 등이다. 최상목 전 부총리에 대한 평가 등 특정 공무원, 정치인, 역대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는 내용도 질의에 포함됐다. 기재부는 천 의원의 다수 질의에 대해 "적절하지 않음을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의원의 서면질의는 기본적으로 충실하게 다 답해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질문하고 답변율이 낮다고 주장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똑같은 질문이 많으니 묶어서 답한 것도 있고, 간략히 답한 것도 있고, '답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넘어간 것도 있지만 이게 무슨 행정력 낭비인가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천 의원실은 웬만한 청문 서면질의는 관계부서 직원이 답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후보자의 견해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내용을 상당수 포함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보다 정밀한 검증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가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후보를 검증할 유일한 무기는 기관 자료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후보의 생각을 물어도 '해당 없음'이라고 기계적으로 답이 온 게 많다.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돌아봐야 청문회에서 할 말도 생긴다"며 "많이 물으면 그중 1~2개라도 유의미한 답을 건질 수 있다. 이건 고도의 수싸움이고 청문위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