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폭증한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량...규제 시작하자 ‘뚝’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시장이 정부의 대출 규제 시행 이후 급속히 얼어붙었다. 상반기에 거래가 80% 넘게 늘며 활기를 띠었지만 규제 발효 이후 11일간 거래는 6건에 불과해 사실상 ‘멈춤’ 상태에 들어섰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 분석 결과, 대출규제가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7월 8일까지 약 11일간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는 총 6건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지난해 거래량(45건)과 비교해 86.7% 급감한 수준이다.

특히 상반기와 비교하면 그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총 640건으로 작년 상반기(350건) 대비 82.9% 증가했다. 아파트값 급등 상황과 신축 선호 심리 등이 맞물리며 직접 분양권·입주권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던 영향이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이후 급속히 얼어붙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입주권 잔금대출 가능 한도를 6억 원 이하로 제한했다. 또한 분양권·입주권 보유 상태에서 전세 보증금을 통한 잔금 대납을 금지하고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분양권·입주권 잔금대출을 전면 제한해 실질적으로 고가 신축 직거래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였다.

실제 대출 규제 이후 고가 입주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사실상 실종됐다. 상반기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규제 이후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강남3구 단지 역시 거래 이력이 없다.

거래된 6건은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전용 59㎡)’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49㎡)’ △강북구 ‘엘리프 미아역 2단지(59㎡)’ △ 광진구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84㎡)’ △강동구 ‘더샵 강동센트럴시티(84㎡)’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84㎡)’ 등으로 대부분 비강남권 중저가 단지가 중심이었다.

다만 거래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대출 규제 직전인 지난달 25일 전용 59㎡ 입주권이 12억7000만 원에 거래됐고 규제 시행 후인 7월 5일에는 오히려 1000만 원 오른 12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역시 5월엔 23억3500만 원이었으나 6월 28일 25억9000만 원에 거래돼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권·입주권 시장이 규제 직후에는 거래 급감 현상을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부 수요가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장은 “잔금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까다로워졌고 이는 거래 자체를 위축시키는 직접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입주권의 경우 초기 투자금이 크기 때문에 규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분양권보다 거래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규제로 호가가 주춤하고 분양권 프리미엄(피)도 줄어들면서 접근 가능한 실수요층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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