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수급 차질, 납기 지연 현실화될 수도”…업계 ‘긴장’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구리 등 주요 원자재·부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공장 운영과 공급망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북미 시장 판매 비중이 높은 양사는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생산 원가 상승과 수익성 저하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해서도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생산 공장에서 사용되는 차량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Infineon)과 2030년까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인피니온은 말레이시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미국 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구리는 미국 내 현지 공급망을 통해 대부분 조달하고 있지만, 첨단 전장부품이나 특수 합금 구리의 경우 여전히 일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핵심 소재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입 단가 상승이 차량 제조 원가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북미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 자동차 보험 비교 플랫폼인 ‘인슈리파이(Insurify)’는 관세가 반영될 경우 현대차 차량 가격이 평균 22%, 기아는 21% 인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스바루(16%), 닛산(15%), 토요타(14%), 혼다(8%) 등 일본 브랜드는 물론 BMW(19%), 폭스바겐(14%) 등 보다 높은 수준이다.
고율 관세는 납기 지연과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당시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차량당 평균 반도체 사용량은 자율주행 및 전동화 기능 확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30년까지 약 1166억 달러(약 16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확산에 따라 구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BEV) 한 대당 평균 83㎏의 구리가 사용되며, 전기모터, 인버터, 컨버터, 고전압 배선, 충전 시스템 등 주요 부품에 대량으로 투입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문 구리 수요는 2040년까지 연 600만 톤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구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정은 제조업계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리 관세 부과 발언 이후 국제 구리 가격이 13~17% 급등하는 등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리스크에 대응해 미국 내 공급망 복원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해 철강 자급률을 높이고 있으며, 올해 준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연간 50만 대 규모의 차량을 생산하고 배터리셀 등 주요 부품도 현지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전체 투자 규모는 약 210억 달러(29조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율 관세가 시행되면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전체 생산 일정과 납기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부품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는 중소 부품 협력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이는 완성차에도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