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팬들 사이에선 이런 대화가 일상입니다. 특정 시점을 중심으로 팬 커뮤니티에는 '앓는' 글이 올라오고요. 다수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죠. 이런 동시다발적인 팬들의 반응, 구독하지 않으면 이유를 모릅니다. 구독해야만 볼 수 있는 팬 소통 플랫폼에 대한 반응이거든요.
K팝 시장에서는 어느새 팬 소통 플랫폼이 필수적인 창구가 됐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직접 보낸 것 같은 셀카나 메시지 하나로 위로를 받을 때도 있고요. 뜻밖에 울린 라이브 방송 알림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도 합니다. 반대로 팬들이 보낸 응원 메시지에 힘을 얻는 아티스트들도 있습니다. 팬과 아티스트가 맞닿는 이 소통의 순간은 요즘 팬카페가 아니라 '버블', '위버스' 같은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이뤄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뤄지는 '소통'도 물가가 올랐습니다. 최근 버블이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덕질도 인플레이션을 피하진 못한 건가"라는 서글픈 반응이 이어지는데요. 특히 다인권 요금의 인상 폭이 크다 보니 여러 멤버를 구독하던 팬들일수록 체감 부담이 더 커진 모습이죠.
하지만 이건 단순한 요금 조정은 아닙니다. 수수료를 염두에 둔 플랫폼의 전략, 팬들의 소비 방식 변화, 그리고 진화하는 팬덤 비즈니스까지… 가격표 뒤엔 꽤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요즘 팬들에겐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 게시글도 좋지만, 버블 메시지도 이에 못지않게 소중합니다. 음악 방송만큼 위버스 라이브 방송도 짜릿한데요. 팬 소통 플랫폼은 단순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넘어 감정의 밀도를 높이는 '프리미엄 덕질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흐름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1990년대엔 ARS 음성사서함이 팬들의 덕질 핫플레이스였죠. 수화기 번호를 꾹꾹 누르면 아티스트의 스케줄이나 음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2000년대 들어서는 포털사이트 공식 팬카페와 공식 홈페이지가 온라인 팬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했죠.
그리고 2008년,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이른바 '유타'(UFO타운)는 혁신을 안겼습니다. 휴대전화 문자 기반 유료 소통 서비스인 유타는 오늘날 1:1 팬 소통 플랫폼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데요. 이후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모바일 앱 기반 플랫폼이 급성장했습니다. 브이앱, 유니버스 등을 거쳐 오늘날의 버블, 위버스, 프롬 등이 자리 잡게 됐죠.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은 팬과 아티스트가 1:1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팬이 아티스트 메시지를 1:1 채팅방에서 받고 직접 답장을 보낼 수 있는 구독형 모바일 앱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건데요. 아티스트는 내가 설정한 닉네임으로 날 불러주고, 구독을 시작한 날짜로부터 디데이를 표시해주며 몰입도와 유대감을 높입니다.
이후 유사한 구독형 1:1 메시지 서비스가 글로벌 팬 소통 플랫폼 시장 전반으로 확산했습니다.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팬 플랫폼 위버스는 '위버스 DM'이라는 유료 소통 서비스에 실시간 라이브, 독점 콘텐츠, 글로벌 팬을 위한 다국어 번역까지 결합한 통합형 플랫폼을 추구합니다. 콘서트 공지부터 예매, 굿즈 구매 등 팬 활동 전반이 위버스 내 각 아티스트 커뮤니티에서 가능하죠.
버블과 위버스가 대형 소속사 기반으로 운영된다면, 프롬은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엔터테크 기업 노마드가 운영합니다. 친숙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반의 실시간 채팅형 소통을 강점으로 팬 소통 플랫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는데요. 팬덤테크 기업 비마이프렌즈의 비스테이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베리즈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소통의 가격표가 달라졌습니다. 버블이 7일부터 앱 구독료를 인상한 건데요. 1인권 기준 월 4500원에서 5000원으로 11% 올랐습니다. 아이돌 그룹이 팀 단위로 팬 소통 플랫폼에 입점하는 만큼 버블은 다인권도 서비스하고 있었는데요. 2인은 기존 8000원에서 9800원으로, 3인은 기존 1만1500원에서 1만4500원으로, 4인은 1만5000원에서 1만9300원 등 인원이 많아질수록 인상률도 가파르게 올랐죠.
하지만 이번 인상이 무턱대고 이뤄진 건 아닙니다.
우선 디어유는 웹 결제를 함께 도입했는데요. 앱이 아닌 웹을 통해 결제하는 이용자에게는 기존 구독료 1인 4500원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앱 마켓의 수수료 정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구글과 애플은 앱 마켓에서 내려받은 앱에서 유료 서비스를 결제할 때 수수료 명목으로 최대 30%를 떼어가죠.
실로 디어유 측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앱 마켓에서 웹 스토어 이동 시 구독일을 유지하는 방법 등을 안내하며 웹 스토어 결제를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웹 결제시 다인권 할인은 없습니다. 몇 명을 구독하든 '인원x4500원'을 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대신 답장 개수가 늘어났죠. 당초 버블은 아티스트의 메시지 1개당 총 3번의 답장이 가능했는데요. 웹 결제 시 5개의 메시지를 답장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가격 조정과 구조 개편을 병행하는 데에는 수익성 관리라는 현실적인 배경도 깔렸습니다.
디어유의 지난해 매출은 749억 원으로 전년(757억 원) 대비 1.3% 감소했는데요. 영업이익도 286억 원에서 254억 원으로 1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죠. 디어유 매출이 줄어든 건 2020년 서비스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성장세가 주춤한 건 위버스컴퍼니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하이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위버스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25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3% 감소했고 순손실은 107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역시 서비스 출범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줄어든 해로 기록됐죠.
주요 원인으로는 팬덤 시장 성장 정체가 우선 거론되는데요. 위버스에서는 하이브의 간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 디어유에서는 NCT 멤버 재현의 입대와 제로베이스원, 더보이즈 등 일부 아티스트들의 서비스 종료가 이뤄진 해입니다. 아티스트가 플랫폼을 떠나거나 장시간 활동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팬들도 구독료를 낼 이유가 없어지기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및 매출에 직접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티스트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구독료 인상은 팬 수 정체 또는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또 앱 마켓 수수료를 피하고 웹 결제를 유도하는 전략은 기존 매출을 유지하면서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도 읽히죠.

이번 버블 앱 구독료 인상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지에서는 토론이 활발히 열렸습니다. 누구 구독을 유지하고 누구를 잠시 끊을지, 앱에서 계속 결제할지 혹은 웹으로 갈아탈지 등 주제였는데요. 여기에 '어떤 멤버가 소통이 활발하냐'는 질문 글도 잇따랐죠. 플랫폼이 전략을 짠 만큼 팬들 역시 소비 전략을 세우는 '덕질 포트폴리오'의 시대가 열린 셈이랄까요.
팬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팬 소통 플랫폼들도 기존 팬의 이탈을 막고 효율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웹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방법으로요.
각고의 노력으로 증권가도 디어유 목표 주가를 꾸준히 올려잡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5만2000원에서 6만7000원으로 28.8%, NH투자증권은 5만5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18%가량 상향 조정했는데요. 웹 결제를 통한 수수료 절감을 통한 플랫폼 수익성 개선 효과에 더불어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디어유에 따르면 버블 중국 서비스는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인 QQ뮤직에 인앱(In-app) 형태로 이달 1일 시작됐습니다. 이달 말까지 국내 다른 아티스트 및 중국 현지 아티스트의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죠.
결국, 소통 중에서도 '프리미엄 소통'을 추구하는 시대. 덕질은 더 섬세해졌고 팬들은 신중해졌습니다. 플랫폼이 수익 구조를 정비하고 팬들이 소비 전략을 고민하는 흐름은 결국 '지속 가능한 팬덤'을 향한 공동의 실험처럼 읽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