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다한 방통위⋯李 정부 미디어 컨트롤타워냐 규제기관이냐 기로

▲방송통신위원회가 1인 체제에 돌입한 20일, 태극 문양이 담긴 방통위 로고가 정부 기관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방통위는 사상 초유의 ‘1인 체제’에 접어들었다. 이진숙 위원만 남은 방통위는 법적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전체회의를 열 수 없고 방송 재허가 심사나 중요 인사 결정 등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재명 정부에서 방송영상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부응하는 법제와 기구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방통위 조직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직 개편은 단순한 인사 충원이 아닌 정치화된 방통위를 구조적으로 개혁하는 중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핵심은 ‘기능 분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과거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정책적으로 주도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AI 시대 이후 통신은 기술기반 인프라 중심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방통위의 설계 목적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유료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사회적 영향력이 지상파 방송 수준으로 커진 가운데 이들을 기존 공공방송과 동일한 규제 철학으로 다룰 수 있는지, 아니면 공공성과 상업성을 구분해 별도의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지가 향후 거버넌스 개편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방통위가 통신과 방송, OTT와 디지털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로 확대할지 아니면 공공성과 산업 진흥이라는 성격이 다른 기능을 분리해 공영방송 규제에 집중하는 기구로 축소할지에 따라 존립 목적 자체가 새롭게 정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내 OTT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을 약속한 만큼 방송·통신·콘텐츠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방통위로 일원화하려는 방향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었던 유료방송 정책과 허가·승인·등록 권한을 방통위로 이관하고, 방통위원을 기존 5인에서 상임·비상임 포함 9인 체제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통신·콘텐츠 기능을 하나로 묶어 ‘미디어콘텐츠부’ 같은 독임제 부처를 신설하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재명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제안하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속기구 방송·콘텐츠 특별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미디어 관련 부처를 미디어콘텐츠부로 통합하고 독립기구 공공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해 미디어 공공성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거버넌스 개편안을 제안했다. 산업 진흥과 공공성 규제를 분리해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 OTT 등 신규 시장에 대한 신속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교수는 “방통위 개편 논의의 핵심은 결국 대부처 체제로 갈 것인지, 소부처 체제로 나눌 것인지 여부”라며 “중국처럼 하나의 큰 부처 아래 방송·통신·플랫폼 등 분야별로 소관 조직을 두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하나의 부처 안에 방송 장관, 통신 장관이 각각 역할을 나누는 식인데 이런 체계는 부처 내 협업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안에서 중복 기능을 한 부처 안에 넣을지 아니면 방송·통신·콘텐츠 등 기능별로 철학을 구분해 분리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기본적으로 한 부처가 모두 맡는 대부처주의는 진보 정권에서 주로 추진한 방식인데 이번 정부가 이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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