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전시상황, 한국경제

"지금 한국 경제는 전시 상황인 거에요"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묻는 말에 취재원의 진단은 명쾌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병력을 한꺼번에 투입해야 합니다. 일단 밀어붙여야 이기죠."

그야말로 전쟁이다. 고물가, 내수부진, 경기침체 등 곳곳에서 국지전이 펼쳐지고 있다. 더 암울한 건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 경제에 '0%대 저성장'이라는 대형 폭탄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 경제전망을 점차 비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1%대 턱걸이'나 0%대 예측이 두드러지면서 암울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는 한국 경제 상황에서 정부는 '현금 살포'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택했다. 국민의 지갑을 두둑하게 채워줘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고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빠르게 소비로 연결돼 기업의 매출로 잡히고 또다시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전시상황에 놓인 한국 경제가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선 옳은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는 타이밍이고 지금이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1조3000억 원의 재정 투입을 통해 고꾸라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데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더군다나 이미 올해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을 해치우고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선 가장 효과 빠른 정책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한국 경제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정부가 돈을 확 푸는 확장 재정을 하면 당장 경제는 살아날 수밖에 없다. 특히 현금 살포는 어떤 처방보다 즉각적이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공짜 점심 후폭풍은 크다. 재정이 악화하면 국채 발행을 늘리게 되고 필연적으로 금리 인상이 뒤따르게 된다. 확장적 재정 정책이 장기화하면 물가 상승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한국재정학회의 '재정 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관련 보고서를 보면, 정부부채 대비 재정지출이 1% 늘면 소비자물가는 0.15% 상승한다. 더 우려스러운 건 부채나 환율 관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매번 "일단 이번만 넘기자"는 식의 단기 처방은 안 된다. 현금 살포라는 가장 강력한 병력 투입으로 일단 전쟁을 일단락했다면 국가 재정 건전성 등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 쿠폰과 같은 일회성 대책으론 한국 경제는 매번 전쟁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정부 역할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게 아니라 애초에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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