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대안 없었던 과거와는 달라진 것”
SNS 통해 정보 얻기 쉬워지며 직접 비교‧분석도
해외 진출로 오히려 내수 입지도 강화 전망

중국 경기둔화에 라부부와 마오거핑 등 토종 브랜드가 대약진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개선된 품질, 그리고 ‘중국스러움’으로 무장한 국산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를 밀어내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해외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던 시절은 끝나가고 중국이 해외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최근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중국의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는 자사 라부부 인형 돌풍으로 주가가 올 들어 지금까지 170% 폭등했다. 라부부 인형은 중국 어린이들에게만 인기 있는 상품이 아니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가수 리한나 등도 라부부 인형을 소지해 눈길을 끌었다. 블라인드 박스에 담긴 라부부 인형은 최소 20달러에 판매되는데 10일 한 경매에서 15만 달러(약 2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소비 위축에도 가성비 또는 감성으로 무장한 토종 브랜드에는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오히려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개선된 국산 브랜드로 외산을 대체하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맛은 좋지만 가격은 스타벅스의 절반가량인 현지 브랜드 코티커피나 루이싱커피에서 커피를 마시고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보다는 저렴한 라오푸골드에서 금 장신구를 구매한다. 라오푸골드는 중국 전통 금세공 기술 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브랜드로 최근 ‘금의 에르메스’라는 별칭도 얻었다. 라오푸골드 주가는 최근 1년간 2000% 이상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빅원랩의 앰버 장은 “외국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지에서 실질적인 대안이 없었던 탓이 주요했다”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서양 브랜드나 문화적 메시지에만 공감했기 때문에 아닌 것이다. ‘중국스러움’이 라오푸골드나 밀크티 브랜드 패왕차희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소비 습관이 달라진 점도 영향이 컸다. 중국 소비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품과 시장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성분과 품질을 따져 선택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가 외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을 부풀려도 구매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이제 중국 소비자들은 직접 정보를 찾아 같은 품질이지만 더 저렴한 국산 제품과 브랜드를 선택한다.
이러한 변화로 중국 화장품 브랜드 마오거핑 등도 수혜를 입었다. 창립자인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이름을 딴 브랜드 마오거핑은 중국 내 고급 화장품 브랜드 상위 10위 목록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현지 브랜드다. 마오거핑은 지난해 12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3억 달러를 조달했고 이후 주가는 250% 폭등했다.

중소도시서 출발한 현지 브랜드만의 강점도 있다. 글로벌 브랜드는 주요도시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중국 전역에서 선전하는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 지출도 대도시보다 중소도시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패왕차희는 2017년 윈난성 남서부 쿤밍시에서 첫 매장을 열었고 미쉐도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시작해 베이징, 상하이로 확장했다.
중국 호텔 브랜드 H 월드는 향후 1년 동안 신규 호텔의 약 절반을 중소도시에 열 계획이다. 외국 호텔 체인의 중소도시 진출은 현지 브랜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작년 H 월드의 중국 내 객실 점유율은 80% 이상이었던 반면 미국의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70% 아래로 떨어지면서 메리어트의 전 세계 사업 중 실적이 가장 부진한 지역 중 하나로 중국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브랜드는 해외 진출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팝마트는 현재 미국을 포함해 120개국 이상에 매장을 운영 중이며 미쉐는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해외 매장이 거의 없었던 패왕차희도 올해 말까지 중국 외 지역에 1300개 이상 매장을 열 계획이다. 분석가들은 이들의 해외 진출이 내수 입지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