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산 車 미 수출 시 연간 10만 대까지 10% 관세
철강·알루미늄 제품엔 '최혜국 관세' 쿼터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 및 특정 농산물 시장 개방·규제 완화

미국이 전 세계 무역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4월 9일 90일을 기한으로 유예한 이후 처음으로 특정 국가와의 새로운 무역협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협정은 앞으로 이어질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는 협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 다른 나라의 협상 조건 등을 비교하는 실효성 중심의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양국 간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를 유예한 이후 첫 무역협정을 마무리한 것이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지난달 8일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를 통해 무역합의를 끌어냈고,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협정문에 서명함으로써 협상 절차를 완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문에서 "이 협정은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 접근 확대를 포함하며, 특히 쇠고기, 에탄올 그리고 기타 특정 미 농산물 수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또한 영국은 미국 제품을 불공정하게 차별하고 미 제조업 기반을 약화하며, 미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많은 비관세장벽을 줄이거나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연간 10만 대의 영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10만 대를 넘어서면 2.5% 관세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관세 등 총 27.5%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50%의 관세를 부과 중인 외국산 철강·알루미늄도 할당량을 설정, 정해진 물량까지 무관세를 적용한다.
또한, 의약품과 의약품 원료에 대한 국가안보 침해 여부 조사 결과에 따라, 영국산 의약품과 의약품 원료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대 조치로 협상하기로 약속했다.
반대로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와 특정 농산물에 시장을 개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 결과는 양국의 합의를 넘어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국가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 합의인 만큼 이어질 주요국과의 협상에서 이번 합의가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르면 이달 말 7차 실무협상을 앞둔 가운데 영국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는 4월 24일 워싱턴에서 재무·통상장관이 미국과 '2+2' 협의를 하고 상호관세 유예기간인 7월 8일을 시한으로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 협상'을 위한 실무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측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기반해 비관세 장벽 해소와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는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쌀 고율관세, 온라인 플랫폼 규제, 구글 지도 반출, 의약품 약가, 무기 도입 관련 절충교역 등 민감한 이슈가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는 최대한 협상을 늦추는 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민주당 대선후보 당시 관세 협상과 관련해 “이럴 때는 늦게 가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과의 본격적인 고위급 및 기술협의를 앞두고 취임 후 첫 통상추진위원회를 열고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여 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는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요국들에 비해 진도가 더뎠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인 ‘성장’에 맞춰 한미 통상협상을 우리 제도 선진화와 규제 합리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성장동력 창출 계기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