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의정(醫政)갈등, 대화의 시작은 ‘존중’

“기득권 카르텔에 굴복하지 않겠다”, “이해집단의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 난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이다.

“정치가 편을 가를지라도 국민은 편을 가를 필요가 없다”, “통합된 나라,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다.

“477일”. 지난 정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추진에 반발해 2024년 2월 20일 기준 전공의들이 병원을 사직한 후 일 수다.

“약 2500여명”. 의정(醫政) 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올해 6월 기준 다시 수련 병원으로 돌아온 수치다.

“의료 위기 해결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달라”. 이재통 대통령 취임 후 대한의사협회가 현재 의정 갈등 상황에 대한 요구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촉발한 의정 갈등에 의료공백과 의료현장의 혼란이 477일을 지나고 있다. 약 1년 6개월 동안 의료계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금도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지난해에도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통해 의료공백 상황을 거두고 오로지 환자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바였다.

다행스러운 건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한 점이다. 후보 시설 제시한 ‘의료대란 해결 및 의료개혁’ 정책 공약에는 △공공의대 및 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 △감염병전문병원 확충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설치 △건강보험 국고지원 강화 △전국민 주치의제 도입 △의료사고 국가보상제 도입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등이 담겼다. 핵심은 의료공백 문제 해결과 공공의료 중심의 의료시스템 개혁을 바탕으로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다.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운영이 대화의 시작일 수 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추진 일정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나 의료계, 환자(국민),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꼬인 실타래를 풀자는 취지에서 환영할 일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정부 정책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막히고 닫힌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다고 해서 새로운 정부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 선임 및 정책 우선 순위 결정 등을 핑계로 대화를 미뤄서는 안된다. 통합과 대화를 앞세운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 시작을 알려야 한다.

또한 의료계는 의료 위기 해결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아달라고 한 만큼, 사직 전공의 병원 복귀와 의과대학 학생들의 수업 복귀 설득하고, 현재 의료 위기 상황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난 477일간의 의정 갈등은 일방적 정책 추진과 불신이 불러온 결과물이다. 신뢰 회복과 서로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대화가 국민을 위한 의료 위기 해결의 열쇠다. 필수의료 강화,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원점 재검토 머리를 맞대 토론하고 해결점을 찾아야할 정책 과제는 쌓여있다.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지겨봐야 할 국민도 의사도 정부 관계자도 없을 것이라 믿는다.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상생의 대화, 단계적 추진, 공공의료 강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가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할 때다. 그 대화의 시작은 477일이 넘지 않도록 지금 당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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