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3조2000억 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 제공

재계 서열 21위인 '중흥건설'은 동일인 2세가 소유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동일인 2세 소유의 '중흥토건'과 중흥에스클래스, 청원개발 등 '중흥토건의 6개 계열사'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주택건설·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에서 각 시행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유동화 대출에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이에 공정위는 중흥건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90억 원을 부과하고, 지원 주체인 중흥건설을 고발하기로 했다. 이는 대규모 부동산 PF 개발 시 이용되는 신용보강 수단인 '자금보충약정'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로 제재한 첫 사례다.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아파트 등 부동산 건설과 분양이 주력사업인 회사로 '중흥S-클래스' 브랜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중흥건설은 동일인 정창선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집단 중흥건설의 핵심 계열회사로 이 사건 지원행위가 시작된 2015년 당시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중흥토건은 동일인 2세 정원주가 2007년 인수할 당시 그 가치가 12억 원에 불과한 소규모 지역 건설사였다. 이후 경영권 승계라는 목적하에 100%에 가까운 내부거래에 의존해 성장했으나 당시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규모 주택건설사업 등 시행을 위한 대출을 실행하기 곤란했다.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10년간 중흥토건과 6개 계열회사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12개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관련 24건의 PF 또는 유동화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총 3조2096억 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무상 신용보강은 시공사가 시행사로부터 공사물량을 도급받고 해당 시공이익을 확보하는 대가로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것이 업계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이다. 그러나 중흥건설은 이 사건 시공에 관여하지 않았는데도 무상으로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그 결과, 중흥토건과 6개 계열회사는 개발사업 성패와 직결되는 자금조달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돼 경쟁사업자보다 상당히 유리한 경쟁조건을 확보했다. 또한 주택건설업 시장과 일반산업단지 개발업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강화됐다.
중흥토건과 6개 계열회사는 손쉽게 조달한 대규모 자금(2조9000억 원)으로 사업을 추진해 매출 2023년 말 기준 6조6780억 원, 이익 1조731억 원을 벌어들였다.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상승했다.
특히 중흥토건은 광교 C2 등 대규모 사업의 성공을 통해 얻은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바탕으로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40여 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집단 내 핵심회사가 됐다. 또한 2023년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집단 지배구조가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동일인 2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완성됐다. 또한 이 사건 지원행위로 중흥토건에 직접 귀속된 이익은 지분가치 상승, 배당금(650억 원)과 급여(51억 원) 등의 형태로 최대·단일주주인 동일인 2세 정원주에게 모두 귀속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무상 신용보강 제공과 같은 지원행위를 통해 동일인 2세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이 과정에서 중소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및 경쟁 가능성을 저해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보강 행위가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