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으로 시끄러웠던 연예계…이제 '정치적 발언' 줄어들까? [엔터로그]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카리나, 이채연, 김규리 인스타그램 캡처)

뜨겁디뜨거운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선은 전체 유권자 4439만여 명 가운데 79.4%인 3524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997년 15대 대선 투표율인 80.7%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죠.

개표가 100% 완료된 결과, 이재명 대통령은 득표수로는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는데요.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으며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얻은 최다 득표 기록(1639만4815표, 48.56%)을 뛰어넘었습니다. 다만 득표율이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최다 득표율 기록(18대 대선, 박근혜 전 대통령 51.55%)은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 이에 따른 대통령 파면의 여파 속에 치러진 사상 두 번째 조기 대선이었던 만큼 그 과정은 사뭇 혼란스러웠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정치와는 별개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연예계에서도 이 혼란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건데요. 대선이 막을 내렸으니 혼란도 가라앉을 거라는 생각은 아직 이릅니다. 대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연예계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죠.

▲(출처=이승환, JK 김동욱 인스타그램 캡처)

'이재명 당선' 소식에…"퇴보에서 전진으로" vs "내 눈을 의심"

3일 저녁,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시간이 흐르며 당선자 가닥이 잡히자 스타들은 제각각의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물건, 파란색 배경의 사진을 게재하거나 당선 축하 글을 게재하는 등 방식으로 지지 및 응원 목소리가 이어지는 한편, 대선 결과와 관련해 회의적인 글을 작성하거나, 이전 행보와 달리 침묵을 택한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죠.

가수 이승환은 이날 오후 8시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해당 방송 화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퇴보에서 전진으로"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배우 김규리는 환히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라는 시인과촌장의 노래 '풍경' 가사를 전했는데요. 사진 속 푸른 하늘과 그가 어깨에 걸친 파란색 스트라이프 패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민지는 '이재명 당선 확실'이라는 자막이 적힌 개표 현황 화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확실'이요? 맘 편히 마십니다!"라고 이 대통령의 당선을 반겼고요. 김종수도 당선 화면을 올리면서 기쁜 마음을 드러냈고, 황인영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전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한준희 감독도 이 대통령의 '당선 확실' 화면을 게시하며 승리를 기념했죠.

'정답소녀'로 사랑받은 김수정은 동요 '파란나라'를 배경음악으로 설정하고 가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 노래에는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 / 우리가 한번 해봐요 온세상 모두 손잡고 / 새파란 마음 한마음 새파란 나라 지어요' 등의 가사가 담겼습니다.

반면 가수 JK김동욱은 당선이 확정되자 "결국 싣지 말아야 할 곡들을 싣게 된 결과가 나왔다. 이런 불안감이 있어 나도 자연스럽게 그런 노래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는 사랑 노래보다도 겪지 말아야 할 세상을 노래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적었는데요. 4일에는 "무늬만 전진(JIN), 실제로는 퇴보(Bo)"라는 글을 올렸죠. 이는 이승환이 대선 결과를 두고 "퇴보에서 전진으로"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직후였습니다.

또 그는 "세상에 이런 일이 내 눈을 의심하게 된다"며 "겪어 보면 알겠지. 지나가면 알겠지. 돌아보면 알겠지. 끝이 나면 알겠지. 모르는 걸 알겠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오후 대구 중구 CGV 대구한일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정치에 '쉬쉬' 했지만…선결제·SNS 언급 움직임도

연예계에서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게 암묵적인 원칙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브랜드 이미지와 팬층을 고려할 때, 정치적 발언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번 대선을 비롯해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사회적 사건들 앞에서 그 원칙은 무너지는 모양샙니다. 특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젊은 아티스트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죠.

대표적인 사례로는 비상계엄 사태 당시 시위 현장에 나간 팬들을 응원하고 지원한 '선결제' 움직임이 꼽힙니다. 아이유부터 뉴진스,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 일부 멤버들은 응원봉을 들고 탄핵 촉구 시위에 나선 팬들을 위해 음식점, 카페에 선결제해놓으면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선결제가 아니더라도 팬 소통 플랫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위에 참여한 팬들을 응원하고 격려한 스타들이 이어졌는데요. 관련 사진이나 상징적인 색깔, 의미 있는 노래 가사 등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는 방식도 조명받았습니다. 이러한 간접적 방식은 팬들에게 큰 신호로 읽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모든 의견 표명이 환영받은 건 아닙니다. 시위에 나선 팬들을 위해 선결제하거나 응원 메시지를 낸 연예인들에 대해 '불매 운동'이 거론됐고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사과한 사례도 나왔죠. 에스파 멤버 카리나는 숫자 '2'가 적힌 빨간색 포인트의 점퍼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래퍼 빈지노, 모델 겸 방송인 홍진경 역시 비슷한 이유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모두 논란이 된 게시글을 삭제한 뒤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죠. 일각에서는 '비난'과 '정치적 자유'라는 태도가 각자의 지지 정당에 따라 다르게 비춰지는 이중적인 잣대를 비판했는데요. 표현 방식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연예인의 발언이 정치적 프레임 속에서 평가되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2021년 9월 20일(현지시간) BTS RM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UN)

팬덤 문화 영향도…연예계, 어떻게 달라질까

정치적 발언을 기피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신의 입장이나 신념을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내는 연예인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돌처럼 온라인 문화를 주도하는 젊은 팬층을 보유한 스타들의 움직임은 더욱 눈길을 끄는데요. 단순히 소수의 일탈이 아니라, 연예계 전반에서 정치나 사회적 안건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팬덤 문화의 변화가 있습니다. 특히 Z세대 팬덤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사회적 의제를 공유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합니다.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스타를 지지하거나, 그 메시지를 팬덤 활동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는 흐름도 자리 잡고 있죠.

대표적인 사례로는 방탄소년단(BTS)의 유엔(UN) 연설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수차례 연단에 서면서 '자신을 말하라(Speak Yourself)'고 강조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으며, 기후 위기에 대한 청년 세대의 관심과 역할을 독려했습니다. 팬덤 아미 또한 이 메시지에 동참해 전 세계 곳곳에서 기부 캠페인, 시위 참여, 사회운동에 나서며 '행동하는 팬덤'의 사례를 보여줬죠.

이처럼 스타의 사회적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을 넘어, 팬덤 전체의 움직임으로도 확장되곤 합니다. 연예계에서도 팬덤과의 관계, 사회적 책임, 개인의 신념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게 되는 시점인데요. 과거에는 어떠한 입장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그 침묵이 오히려 비판을 부를 수 있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결국, 정치가 연예계에서도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주제로 자리 잡은 지금, 연예인의 표현 방식은 보다 정교해지고 공개적으로 변모해갈 가능성이 큽니다. 스타들, 특히 '우상'의 이미지가 강했던 아이돌들도 단순한 이미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발언과 행동을 요구받는 인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데요. 팬덤이 만든 변화가 연예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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