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맥주, 칼로리ㆍ도수 가볍게” 라이트맥주 시장도 확대

국내 맥주 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여름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류업계는 정통 맥주보다는 ‘비(非)알코올 맥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 맥주와 비슷한 맛을 유지하면서도 알코올 도수가 0.5% 이하 논알코올 맥주(Non-alcoholic beer)를 비롯해 알코올이 아예 없는 무(無)알코올 맥주까지 라인업도 다양하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플레저 열풍이 전 세대를 강타하면서 고칼로리로 인식되는 일반 맥주 대신 비알코올 맥주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 오비맥주 등 국내 대표 주류 3사는 소비 침체 속 생존을 위해 비알코올 맥주를 찾는 소비자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해 초 무알코올 대표 제품 ‘하이트제로 0.00’을 리뉴얼 해 ‘제로 칼로리’와 ‘제로 알코올’을 강조한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체중 관리에 민감한 2030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먹어도 살 안 찌는 맥주'의 이미지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입맛이 까다로운 고객을 겨냥해 알코올 도수를 약하게 한 저알코올 신상품(하이트제로 0.7%)을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의 논알코올맥주 주고객층을 MZ세대 여성들로 타깃 삼았다. 롯데칠성은 자사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를 앞세운 논알코올 맥주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팝업스토어와 한정 패키지를 선보이며 젊은 여성 고객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이 팝업은 ‘술을 안 마셔도 분위기는 즐긴다’는 콘셉트로 도심 내 펍·카페와 협업을 통해 진행된다.

오비맥주는 자사 논알코올 브랜드 '카스 0.0'와 '카스 레몬 스퀴즈 0.0'의 입점 식당 수 확대를 통해 외식 고객 접근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1만2000곳에 그쳤던 카스 0.0 제품 취급업소는 올해 3월 4만1800여 곳으로 9개월 여 만에 3배(248%) 이상 늘었다. 오비맥주는 또 대학축제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논알코올맥주를 알렸다. 이밖에 시원한 맥주와 잘 어울리는 스포츠ㆍ캠핑 등 야외활동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제로맥주의 핵심 단점으로 꼽혔던 '맛'을 보완한 라이트맥주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가정 맥주 시장에서 '카스 라이트'는 전체 브랜드 판매량 기준 3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 증가한 수치다. 카스 라이트의 시장 점유율도 4.9%로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p) 늘었다. 카스 라이트의 알코올 도수는 4.0도, 열량은 25㎉(100㎖당)로, 자사 대표 제품인 카스 프레시(도수 4.5도, 38~42㎉)와 비교해 도수와 열량을 낮춰 부담을 줄였다.
주류업계가 이처럼 비알코올 또는 저알코올 맥주 라인업 강화와 마케팅에 힘을 쏟는 것은 주류 트렌드 변화로 맥주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 마켓링크에 따르면 국내 소매점 맥주 매출은 2020년 4조3771억 원에서 2023년 3조9000억 원대로 줄었다. 반면 논알코올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415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논알코올 시장 규모는 2023년 644억 원으로 55.2% 뛰었고, 2027년 946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주류 시장이 다시 커진 가운데 소비자 취향과 수요 역시 다변화 했고 해외 고품질 맥주도 저렴한 가격에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점 등이 국내 3사로선 부담스럽다. 또한 주류 문화 트렌드 변화도 논알코올 제품 확대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엔데믹 이후 단체 회식 등 저녁 술 자리 문화가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강요에 의한 술 자리를 터부시 하는 문화도 확산했다. 또 저녁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건강을 위해 쓰려는 헬시플레저 문화도 한몫을 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열풍이 젊은 층 뿐 아니라 전 연령대로 확산하면서 논알코올 맥주가 기존 맥주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일반음료 대체제 역할도 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