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었지만 불황·고물가에 닫힌 지갑…실질소비 0.7%↓

통계청,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가구당 월평균 소득 535만1000원…전년比 4.5%↑
소비지출 역대 최저 증가…실질소비는 감소 전환

(통계청)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1년 전보다 4% 이상 늘었지만 소비지출은 경기 부진, 고물가 등으로 동분기 기준 역대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7개 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1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 늘어 2023년 3분기(3.4%)부터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도 2.3% 증가했다. 4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소득원천별로 경상소득은 525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341만2000원)이 임금근로자 증가·임금 상승 등 영향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7% 올라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사업소득(90만2000원)과 이전소득(87만9000원)은 전년 동분기 대비 각각 3.0%, 7.5%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2021년 1분기(1.6%)부터 17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1분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증가 폭도 둔화하는 흐름이다. 2023년 1분기(11.5%)를 정점으로 같은 해 4분기(5.1%), 지난해 2분기(4.6%), 3분기(3.5%), 4분기(2.5%)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우하향하고 있다.

비목별로 주거·수도·광열(5.8%), 기타상품·서비스(5.6%), 식료품·비주류음료(2.6%) 등에서 지출이 증가했다. 반면 교통·운송(-3.7%), 의류·신발(-4.7%), 주류·담배(-4.3%) 등에서 지출이 감소했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밑도는 현상은 3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0.7% 감소했다. 2023년 2분기(-0.5%) 이후 7분기 만의 감소 전환이다. 감소 폭도 코로나 시기인 2020년 1분기(-7.4%)·4분기(-2.8%) 이후 세 번째로 크다.

소득은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는 줄어드는 배경으로는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 등이 꼽힌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비지출 증가 폭 1.4%도 되게 적은데 늘어난 것 자체가 물가 상승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며 "물가로 인해 명목소비가 플러스였다가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비가 마이너스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참고했는데, 1~3월 CCSI는 1월 91.2, 2월 95.2, 3월 93.4로 전년 1분기 평균(101.4)을 밑돌았다. CCSI는 현재 생활 형편,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24)과 비교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 과장은 '경기 불황이 조사에 반영됐나'라는 질문에 "통계청이 전체 경기 상황에 대한 종합 판단은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지출이 어디에서 많이 줄었는지를 보면 주거나 식료품은 어느 정도 늘었지만 자동차 등 내구재와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 지출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12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4.4% 증가했다. 이자비용(-6.9%) 등 지출은 줄었지만 경상조세(14.0%), 가구간이전지출(5.1%),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10.4%) 등은 늘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차감한 처분가능소득은 422만8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4.5% 증가했다.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차감한 흑자액은 127만9000원으로 12.3% 증가했다. 4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69.8%로 2.1%포인트(p) 하락했다.

소득 분위별로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5분위 가구는 1188만4000원으로 5.6% 증가했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5만8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6% 증가했다. 5분위 가구는 520만4000원으로 2.1% 증가했다.

비목별 소비지출 비중을 보면 1분위 가구는 주거·수도·광열(23.2%), 식료품·비주류음료(21.2%), 보건(11.5%) 순이었고, 5분위 가구는 음식·숙박(14.4%), 교통·운송(14.0%) 등의 순이었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2배로 전년동분기대비 0.34배p 상승했다. 상위 20% 소득이 하위 20%의 6.32배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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