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설계에 사용되는 핵심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반도체 생산은 물론, 설계 단계부터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은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ㆍElectronic Design Automation) 업체들에 "중국으로 기술 공급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서한을 발송했다. FT 보도에 따르면 대(對)중국 수출 금지 서한을 받은 기업은 △지멘스 EDA(옛 멘터 그래픽스)를 비롯해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이다. 이들 3사는 중국 EDA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DA 소프트웨어는 규모만 보자면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다만 반도체 개발과 설계에서는 핵심적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반도체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수작업으로 직접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EDA 프로그램을 쓰면 이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EDA 관련 SW가 없다면 설계 과정이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설계에 걸리는 시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설계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잡아내기도 어렵다. 만약 오류를 간과한 채 설계를 마치면, 훗날 결함이 드러나고, 결함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경우 막대한 보상 또는 배상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이번 결정이 결국 중국이 해당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소프트웨어 차단 정책에 맞서 중국도 기술 자립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도 IT 제조업체의 고도화 및 자립도 향상 목표를 담은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가데이터관리국은 '전자정보 제조업의 디지털화 전환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일정 규모 이상 IT 제조업체의 핵심 공정 컴퓨터 제어화 비율이 2027년까지 85%를 넘어야 한다는 목표가 담겼다. 이를 위해 전문 서비스 제공업체를 100개 이상 육성하기로 했다.
특히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고정밀 지능형 제조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는 촉구했다. 이는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규제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