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저유가에 셰일 붐 꺾일라…미국, 석유시장 ‘왕좌’ 반납하나

내년 美 원유 생산량 1.1% 감소 예상
팬데믹 시절 제외 10년 만에 첫 감소
“사우디 증산…5년 안에 점유율 회복”

▲2020년 5월 18일 미국 텍사스주 카네스 카운티에서 석유 펌프잭이 보인다. 카네스(미국)/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저유가 기조로 10년간 이어져 온 미국 셰일 붐이 끝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P글로벌커머더티인사이트는 내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1.1% 줄어든 하루 1330만 배럴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과잉 우려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인해 셰일 기업들이 시추를 멈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하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인 2020년을 제외하고는 10년 만에 첫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중동 오일 카르텔의 증산 가속화가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는 4월부터 자발적 감산을 끝내고 생산량 증대에 나섰으며, 최근 들어서는 증산 속도를 애초 발표보다 높이고 있다. 23일 유가는 올해 고점 대비 약 23% 낮은 배럴당 61.53달러에 마감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미국 셰일유의 생산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65달러다.

미국의 관세정책 또한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정을 시추하는 데 가장 큰 비용이 드는 장비인 케이싱 가격은 1분기 10%가량 급등했는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부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셰일 기업들은 수익 압박으로 인해 지출을 줄이고 시추를 멈추고 있다. 허버트 포겔 SM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행사에서 “이제 명제는 ‘버티기’”라며 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실제로 유전 서비스 업체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시추 활동의 바로미터인 현재 가동 중인 미국 내 석유 굴착 장치 수는 지난주 553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보다 10개, 1년 전보다 26개 감소한 수치다.

셰일 시추업체 파이오니어내추럴리소스의 스콧 셰필드 전 대표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떨어지면 미국의 셰일유 생산량이 하루 최대 30만 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감소 폭은 일부 소규모 OPEC 회원국의 총생산량보다 많은 규모”라고 우려했다.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에 올려놨던 셰일 붐이 꺾이게 되면 글로벌 원유시장 패권은 다시 중동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셰필드 전 대표는 “최근 몇 달 동안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기로 한 사우디의 결정은 미국 셰일 업계의 세계 시장점유율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사우디는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5년 안에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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