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훈풍도 못 살린 세종 상가…4실 중 1실 ‘텅텅’

세종 상가 시장이 울상을 짓고 있다. 아파트 시장은 대선 후보들의 잇따른 행정수도 완성 공약 발표로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가 시장은 약세가 지속 중이다. 전문가는 세종시 거주 인구 중 주말까지 생활하는 인구 비율이 낮아 내부 소비가 부족하고, 인구 대비 상가 공급 과잉 등을 침체 원인으로 꼽았다.

2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세종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2%로 전기 대비 1.2%포인트(p) 증가했다. 중대형 상가 분류는 ‘일반상가 중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약 100평) 초과 건물’을 뜻한다. 보통 한 명의 소유주가 상가 건물을 소유한 경우가 많다.

세종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공실률 2위인 전북(18.9%)보다 약 6%p 높은 수준이다. 전국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이 13.2%인 것을 고려하면 세종 상가 공실률은 전국의 2배 수준으로 건물 내 상가 4실 중 1실은 비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집합 상가 역시 세종의 공실률은 13.6%로 전국 평균(10.3%) 수준을 웃돌았다. 집합상가는 한 건물에 여러 개의 점포로 나눠 개별 점포가 독립적으로 소유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중대형 상가와 집합 상가를 가리지 않고 세종 내 상가 공실률이 치솟자 임대료 내림세도 가파르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세종의 상가 통합 임대가격지수는 지난 분기 대비 1.44p 줄어든 96.0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지난해 2분기 임대료 수준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현재 임대료가 얼마인지 나타내는 수치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이 지수가 96을 기록한 곳은 세종 한 곳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평균 지수는 99.6이었고 서울은 100.8로 상승세를 보였다.

공실률이 증가하고 임대료는 하락하자 세종 상가를 찾는 수요도 뚝 끊겼다. 부동산원 건축물거래 현황에 따르면 세종시 상업 및 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3월 기준 52건으로 2월 66건보다 2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거래량은 1만2025건에서 1만3118건으로 7.7%가량 늘어난 것과 정반대다.

반면 세종 일대 상가 시장의 침체와 달리 아파트 시장은 대선을 앞두고 ‘행정수도 완성론’이 확산하면서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세종은 5월 셋째 주(19일 기준)까지 6주 연속 상승세다. 상승 폭도 전국 최고 수준인 0.3% 이상을 지속 중이다.

이런 세종 상가 시장 부진의 원인으로는 인구 대비 많은 상가 공급량과 주말 생활 인구 부족, 젊은 층의 온라인 쇼핑 중심의 생활 방식 변화 등이 꼽힌다. 세종시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세종시 인구는 약 39만8433명이다. 하지만 세종시는 2020년 목표 인구 41만 명, 2030년 목표 인구 80만 명을 예상해 상가를 공급했지만 목표치 대비 현재 인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밖에 주중 근무 후 주말 세종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인구가 많아 소비가 세종 내에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영경원 교수는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도는 기존 계획의 3분의 1 수준으로 평가받고, 또 세종에서 근무하는 직원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에 본가를 두고 주중에 세종에서 근무하면서 세종에선 한정된 소비만 하는 경우가 많아 공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종 상가는 공급량이 많고, 거주 인원의 소비 형태도 제한적인 만큼 앞으로도 활성화되긴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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