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vs 한화오션 자존심 싸움으로
“방사청 조속히 결론 내려야”

1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업체 선정 문제가 이달 중 결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4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24일 분과위에 안이 상정, 통과돼야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DDX 사업 방식이 최종 결정될 수 있다”면서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업이 더는 지연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과위는 당초 지난 달 27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1개월 정도 시간을 갖고 더 논의하자는 내외부 의견이 많아 전격 취소됐다. 4월 2일 예정됐던 방추위도 열리지 못했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이지스구축함 사업이다. 방사청은 2030년까지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6000t(톤) 총 6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KDDX 사업은 국내 방위산업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해군력 증강과 해양 안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 수주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기본설계는 2023년 HD현대가 맡았다. 통상 방산물자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HD현대)가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를 수주한다. 그런데 개념설계를 수행한 한화오션이 경쟁입찰을 제안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의계약 방식이 선정되면 HD현대가, 경쟁입찰 방식이 선정되면 한화오션이 유리하다.
HD현대와 한화오션 간 다툼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며 과열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자사가 만든 ‘KDDX 개념설계’ 도안을 HD현대 직원이 몰래 취득했다며 고소했다. 법원은 2023년 11월 HD현대 직원들에게 군사기밀보호법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KDDX 전력화도 차질을 빚고 있다. KDDX는 2029년 건조해 2030년에는 해군에 인도가 돼야 한다. 사업자 선정이 연기되면 제작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2월 말 서한을 통해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주변국은 해군력을 지속 증강하는 등 엄중한 현 안보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이 이제는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