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기업 밸류업 이전보다 늘어나
코스피 PBR도 5년 내 최저치
지배구조 개선 동반한 해결책 필요

코스피 상장사 10곳 중 7곳이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저평가 기업은 오히려 늘어났다. 전문가는 구조적인 개선이 국내 증시를 부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코스피 상장사는 총 580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 중 PBR이 집계된 812개 기업의 71%에 달하는 수치다.
PBR 1배 미만은 시장이 그 기업의 자산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상태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로 통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기업이 효과적으로 자본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주가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국내 증시에 만연한 저PBR 현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실제로 저PBR 종목은 더욱 증가했다. 2023년 말 기준 PBR 1배 미만인 기업은 527개였지만, 지난해 말 기준 588개로 61개 증가했다. 8일 기준 580개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밸류업 시행 이전보다 많다.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으며 밸류업 공시도 시들해졌다. 올해 코스피 종목 밸류업 공시는 28건에 그쳤으며, 이달에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이날 904.29포인트로 마감하며 기준 지수인 1000포인트를 하회했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PBR이 감소한 점이 눈에 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PBR은 2023년 연간 기준 1.51배였지만, 2024년 기준 0.92배로 낮아졌다. 최근 1개월간은 1배 근처를 헤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최근 1개월간 PBR 평균이 2.52배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거듭된 증시 침체로 코스피 시장도 저평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일, 코스피 PBR은 5년 내 최저치인 0.81배까지 떨어졌다. 코스피 PBR이 가장 최근 0.8배 미만으로 떨어진 건 코로나19로 인한 패닉이 도래했던 2020년 4~5월이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두드러지며 호재를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은 더욱 요원해졌다. 전문가는 국내 증시의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은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저평가의 핵심에는 낮은 PBR, 불투명한 지배구조, 단발성에 그치는 주주환원 정책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단기 이벤트로는 근본을 바꿀 수 없다"라며 "기업은 자사주 매입ㆍ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장기적 자본 배분 전략 및 지배구조 개선 의지 등을 보여야 한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