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여파 등 반영하면 추가 하락

나라 안팎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경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안에서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이라는 내홍을, 밖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정책 등이 우리를 옥죈 탓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9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넉 달 만에 전망치를 또다시 하향 조정한 것. 무엇보다 이번 전망치는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전망치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추가로 하향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ADB는 지난해 9월까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2.3%로 유지했다. 12ㆍ3 비상계엄 이후에는 여기에서 0.3%포인트(p) 낮춘 2.0%를 제시했다. 이후 올해 들어 다시 0.5%p를 더 내린 셈이다.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도 보수적인 전망을 지난달 26일 내놨다. CE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한다”라고 밝혔다. 당시 주요 분석기관의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였다.
CE는 “한국의 국내 정치가 안정되더라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인하나 수출은 도움이 되겠지만, 정부 지출 둔화 등으로 올해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0.9% 성장을 전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애초 전망치 2.0%를 1.2%로 낮췄다. 이밖에 바클리가 1.6%→1.4%, HSBC도 1.7%→1.4%로 전망치를 내렸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IB)도 잇따라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JP모건은 전날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7%로 일주일 만에 하향 조정했다. 현재 기준으로 가장 낮은 전망치다.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과의 무역 거래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1.3%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호관세가 발표되기 직전인 3월 마지막 주에 나온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상호관세 여파를 반영한 새로운 보고서를 4월 중 내놓을 예정이다.
나라 안에서도 우려는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0.1%포인트(p) 더 하락해 1.4%를 기록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여파를 반영한 한은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은 뉴욕사무소는 4월 3일 보고서에서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약 0.5~1.0%p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2월 초에 나온 분석인 만큼, 상호관세 여파를 직접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추가 전망 때는 전망치의 하향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정국 불안과 미국 신정부 통상정책 변화 등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내수·수출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당시 KDI 분석의 핵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