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9회 말에 접어든 부동산 정책

야구는 흔히들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강팀은 좋은 투수와 함께 정상급 포수를 동시에 갖춘 팀이다. 투수가 좋은 연주자라면 포수는 연주자를 조율하는 지휘자에 가깝다. 투수와 포수의 실력과 호흡이 곧 경기의 승패로 연결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공교롭게도 한국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두 명이 모두 바뀌었다.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곧 장관직을 수행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다.

서울시장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주택 인허가권을 움켜쥐고 있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공약한 오 시장이 지난달 취임하자마자 서울 내 재건축 핵심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요동쳤다. 국토부 장관 역시 주택 공급의 틀을 짜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변창흠 전 장관이 설계한 2·4 공급 대책 후속 공공 주도 정비사업과 광명·시흥신도시 추가 지정은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모든 일과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 야구도 마지막 이닝인 9회를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안정을 정책 목표로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집값을 잡지 못했다. 이에 노 장관 후보자는 사실상 정권이 끝날 때까지 집값을 안정시키고 공공 주도 주택 공급 정책을 지속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오 시장도 1년 남짓한 임기 동안 전력투구해야 할 상황이다. 오 시장은 정부 접근법과 다르게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지향점은 같다. 바로 집값 안정과 주택 공급 활성화다.

두 사람은 앞으로 부동산 정책이란 공을 주고받으며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호흡을 맞추는 '배터리'(투수와 포수를 함께 일컽는 말)가 돼야 한다. 다행히 노 장관 후보자는 4일 "서울시 입장과 다른 점보다 공통된 점이 많다"고 했다. 오 시장 역시 민간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정부와 합을 맞출 여지를 남겼다.

야구경기에서 마지막 9회에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승패가 뒤바뀌기 충분한 시간이다. 남은 1년 동안 서울시와 정부가 보여줄 마무리에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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