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김여사님 잠수타신 이유

강남 큰손들, 초불황에 시장 관망中

"재건축 아파트가 아무나 사는 겁니까? 돈 있는 큰 손들이 움직여야지 팔리는 게 재건축이잖아요. 대책 나오고 직후 문의만 간간히 올뿐 매수세는 전혀 없다고 봐도 됩니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한 재건축 추진단지에서 만난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푸념이다.

시장 침체가 최고조에 달한 최근, 강남 지역 아파트 매입자를 일컫는 이른바 '강남 큰 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올 하반기 이후 분양권 전매 제한, 재건축 조합원 지분 매매 규제 등 각종 규제들을 잇따라 폐지하면서 현업(?) 복귀가 예상됐던 강남 큰 손들은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잠수 중'이다.

강남 큰 손의 실체는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부유층 전업주부들. 이들은 헬스클럽이나 골프모임 등 사교모임에서 투자 전반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교환한다. 2000년대 초반 재건축 열풍을 이끈 것도 바로 '강남 아줌마'들이다.

이들은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 등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대거 몰리는 곳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주로 기존 아파트를 수 채 이상 매입한다. 이들이 모여 지난 2000년과 2001년에 재건축 아파트를 쓸어담았고 2002년부터는 주상복합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대거 사들였다.

한편 이들이 일반 서민들에 비하면 부유층인 것은 사실이나 실제 가용 재산은 1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금융권 대출을 최대한 활용한 '레버러지'(leverage) 투자와 단기투자에 집중한다. 재개발과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나 택지보상 '딱지' 등에 대한 투자에도 나서며 최근에는 강북 소형 아파트 매입에도 한 몫을 했다.

또 펀드, 주식 등 다른 투자상품보다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잠실 일대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몇몇 강남권 큰손 들은 직접 움직임은 없지만 연락은 꾸준히 온다"며 "펀드나 주식에도 일정 부분 투자한 것으로 알지만 '푼돈'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 큰손'들이 최근 활동을 자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까다로워졌다는 점 때문이다.

건설업계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은행권 부동산대출 규제 자유화를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가수요들이 다시금 전면에 나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 셈.

실제로 부동산의 양대 시장으로 불리는 재건축시장, 분양권시장 어느 곳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초 5년만에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 이후 처음 등장한 용산 '신계동 대림 e-편한세상'의 경우 오랜만에 '떳다방'까지 모이며 2순위에서 전 주택형 청약신청이 마감됐다.

이 아파트는 청약 마감 직후인 11월 중순 33평형 프리미엄이 3000만원까지 붙었지만 현재는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변 중개업소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프리미엄은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수요는 없다. 자기들끼리 돌리고 있다는 기미도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조합지분 거래가 자유화되면서 잠시 오름세를 보였던 재건축은 이후 연거푸 하락세를 보이며 이 달 들어서는 2년 전 가격대로 돌아간 상태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초기에 문의만 왔으며 거래도 거의 되지 않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들은 '망만 보고' 있으며 선도투자자 역할을 하는 강남 큰 손들은 거의 나서지 않고 있어 거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 부동산 뿐아니다. 큰 손들이 많이 모였던 경매시장에서도 큰 손들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한 부동산 경매정보 업체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법원 경매물건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오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매시장은 풍요를 맞고 있는 실정이지만 낙찰가율이 자꾸 떨어지는 등 경매시장에서도 큰 손들은 모두 잠수에 들어간 것같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강남 큰 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아직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치지 않은 것이란 반증이란 것이다.

수목부동산연구소 양은열 소장은 "강남 큰손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뜨기 전인 상품을 잡아 보유기간은 길어야 1년을 넘지 않는 전형적인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라며 "이들이 나서지 않는 것은 시장이 단기에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약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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