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하지 말라던 금융당국, 은행 압박에 신탁 대책 바꿨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신탁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는 소식에 은행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의 전방위 압박에 금융위원회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이 아니냐며, 금융당국이 되레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금융위는 12일 은성수 위원장과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한 달 전 내놓은 대책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ELT의 제한적 판매 허용이다. 기초자산이 △KOSPI200 △S&P500 △Eurostoxx50 △HSCEI △NIKKEI225이며, 공모로 발행되고, 손실 배수가 1 이하인 ELS를 담은 신탁 상품이 대상이다. 다만 판매 규모는 올해 11월 말 잔액(37조∼40조 원) 이내로 제한된다.

애초 금융당국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 대책으로 지난달 은행의 신탁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책 발표 이후 은행권은 40조 원 이상 규모의 신탁 시장을 잃게 된다며 공모형 ELS를 담은 신탁 판매를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금융위 신탁은 위탁 고객과 회사(수탁자) 간 일대일 계약에 따른 것이라, 편입되는 상품이 공모형이라고 해서 해당 신탁을 공모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DLF 후속대책 변경 없다"며 "은행이 피해자 행세를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업계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은행은 반색한다. 40조 원대 시장을 지켰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파생결합증권(ELS·DLS) 발행 규모 116조5000억 원의 40%(49조8000억 원)는 은행에서 판매됐다.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신탁은 고객을 유인할 상품 중 하나"라며 "총액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판매가 허용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생결합상품(DLF)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결국 제자리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신탁은 공모와 사모 구분이 어렵다고 금융당국 수장이 말해 놓고, 정작 정책은 이와 반대로 내놨다. 이번 사태가 또 터질 수 있다는 얘기"라며 "당국이 되레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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