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1500조 가계부채 비상등…취약차주 부담 커져

(뉴시스)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5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1년 만에 추가 인상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 인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규 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한국의 가계신용은 1514조4000억 원이다. 이번 한은의 금리인상도 상당한 규모의 가계대출을 조절하기 위한 대응이다.

다행히 가계대출 증가 속도도 줄어들고 있다. 그간 가계대출은 ‘크기’뿐 아니라 증가하는 ‘속도’가 문제였다. 이 속도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대출 억제 정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결과로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의 지난해 동기대비 증가율은 6.7%로 2014년 4분기(6.5%)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만들었다.

문제는 소득이 늘어나는 수준은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율보다 느리다는 점이다. 3분기 말 기준 가구원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 증가율은 4.6%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더 빠른 셈이다. 가계부채 그 자체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이지만, 속내를 보면 차주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입는 이들은 취약차주다. 다중채무자 혹은 저소득ㆍ저신용자의 경우 약간의 금리상승도 큰 부담이다. 지난해 말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는 금리를 1%포인트 올릴 때 취약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승 폭은 5%포인트 이상인 구간에 가장 많이 분포했다. 취약차주에게 금리인상은 사실상 엎친 데 덮친 격인 것이다.

가계부채 위험 가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DSR 등을 고려한 가계부채 위험 가구를 지난해 3월 기준 127만1000가구로 추산했다. 이는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11.6%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206조 원으로 전체 21.2%다. 이보다 더 위험한 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3.1%)이고 이들의 부채는 57조4000억 원이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고위험가구가 38만8000가구(3.5%)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침체에 특히 취약한 자영업자 대출이 많이 증가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자영업 대출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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