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종료·환율불안에 내수침체까지… 전자·車·조선 등 영업익 ‘뚝’

올 3분기 어닝 시즌에서는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중공업, 정유, 석유화학, 유통 등 전 업종에서 부진의 그늘이 드리웠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포스코 등 몇몇 기업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 대다수의 기업들은 전년보다 크게 하락한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이번 3분기 경영실적은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뼈를 깎는 기업의 자구노력에 특단의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생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연초에 일었던 경기회복 기대감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여기에 세월호 참사 등의 잇따른 사건·사고로 사라진 후,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수년간 지속된 원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트리며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았다.
한 대기업 임원은 “3분기를 기점으로 우리 경제의 하강 국면이 본격화했다”며 “연말 성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올 4분기 전망도 대체적으로 어둡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환율 불안, 내수침체, 통상임금 등 커져가는 불확실성에 너도나도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더불어 저성장 우려가 현실화하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무엇보다 매 분기 저점을 갈아치우며 곤두박질치는 영업이익률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이 3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 영업이익은 각각 47조4500억원, 4조6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8.5%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3분기 4조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줄곧 5조~10조원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2011년 3분기 처음 10%를 넘어선 이후 14~17%대의 고공행진을 계속해왔다.
현대차는 작년 2분기(10.4%) 이후 영업이익률이 1년 넘게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작년 2분기까지는 10%대의 영업이익률을 내왔지만 계속된 원화 강세로 판매관리비 등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 그나마 9%대를 유지하던 영업이익률도 올 3분기 7%대로 뚝 떨어졌다.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내년 사업 계획 마련에 나선 기업들이 꽉 막힌 ‘경영 시계’로 밑그림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 ‘긴축 경영’의 큰 틀을 세웠을 뿐 대내외적인 돌발 변수가 너무 많아 세부적인 계획 수립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까지 위협받으면서 기업들이 많이 불안해하는 모습”이라며 “기업들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돌아선 만큼 내년 경기 상황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올 3분기를 기점으로 기업들의 본격적인 체질개선 노력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기업들의 혁신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현대중공업이 꼽힌다. 올 3분기 1조9000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본 현대중공업은 최근 임원 30%를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치열한 생존게임이 업계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 내년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