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받은 치아미백, 효과 없더라니…"

입력 2013-09-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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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들, “치아미백제 허가 기준, 선진국에 비해 엄격…효과 無”

▲미국에서는 임상기준 과산화수소 농도 30% 이상 함유된 미백 제품이 허가돼 팔리고 있다.
연예인의 하얀 치아가 부러워 치과에서 치아미백 시술을 받은 최모(27ㆍ여)씨는 기대했던 것만큼 미백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 씨는 “시중 미백 제품을 사서 하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들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가 안 났다”면서 “치과에서는 시중에서 파는 미백약을 사용법만 설명해주고 파는데 이럴 거면 뭐 하러 의사한테 시술받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치아 미용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미백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가된 미백 제품은 환자들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너무 엄격한 기준 잣대로 의료관광 활성화를 저해하는 등 ‘손톱 밑 가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치과계에 따르면 치아미백에 주로 사용하는 성분은 ‘과산화수소’, ‘카바마이드퍼옥사이드’이며 이 성분의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미백 효과가 뛰어나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타입의 치아미백제들은 대부분이 과산화수소 농도가 3% 미만이며 그 이상이 되면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국내 기준으로 과산화수소 15%를 초과 함유된 치아미백제는 식약처의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과산화수소 15%, ‘전문가미백’ 안 돼=치과의사들은 식약처에서 허가한 15% 과산화수소의 제품을 사용하지만 미백 효과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는 식약처의 관련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식약처 관련 고시 어디에도 과산화수소 15% 이상을 사용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다. 그 이상을 사용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산화수소 15% 이상 제품은 식약처의 허가가 나지 않고 있어 사실상 허가받지 않은 불법을 사용한 셈이 된다.

식약처는 지난해 의사가 치료에 사용하는 전문가 미백 과산화수소 농도를 15% 수준으로 낮춰 사용하라는 권고안을 치과의사협회 등 관련단체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백기능 성분의 농도가 높을수록 효과는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린 증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다.

하지만 치과의사들은 위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치 하에 안전장치를 한 후 시행하는 ‘전문가미백’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과의사 A씨는 “집에서 하는 자가 미백제품은 피부에 닿아도 되는 농도 기준이다보니 3%이고 그만큼 미백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치과에서는 액체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하고 시술을 하는데 부작용이 우려돼 의사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치과의사 B씨는 “흘러내라지 않도록 막아도 인위적으로 하다보니 조금씩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약을 처방하면 하루 정도 지나면 대부분 괜찮아진다”면서 “향정신성 의약품 등 위험한 약제는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의사로 한정해 놓고 있는데 15% 규제는 의사의 재량권을 크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치과의사 C씨는 “중국에서 미용성형 등 의료관광을 많이 오고 있는데 한 번에 할 수 있는 것을 두 세 번 와야 한다면 누가 한국에 오겠는가”라면서 “미백 시술 한 번으로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을 4~5번씩 해야 하다보니 환자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격한 기준, 해외는 어떤가?=치과의사들은 미국치과의사협회, 수많은 치의학 관련 교과서, 미백기법에 대한 서적 등에서 30~35%의 과산화수소 농도를 당연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치과의사협회 과학위원회의 2010년 자료에 의하면 전문가미백의 과산화수소 농도는 15~38%라고 기술돼 있다.

치아 미백시 농도가 높으면 잇몸자극으로 점막의 부식이 높아지지만 잇몸을 잘 보호하면 문제가 없다고 치과의사들은 주장한다. 부작용이라고 하면 가장 일반적인 증상이 치아 시림 증상이지만 소염진통제를 처방하거나 불소도포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따라 30~35% 농도가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산화수소 35% 완제품이 전문가 미백 제품으로 팔리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2010년 영국의 한 논문을 살펴보면 ‘전문가 미백에 30% 과산화 수소와 열촉매작용을 30분씩 두번 실시해....(생략)’란 문구를 볼 수 있다.

고농도의 치아미백제를 이미 허가해 사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로 볼 때 치과의사의 충분한 주의 하에 적절히 통제된 상황에서 30% 이상의 과산화수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2006년 국정감사 때 미백치료에 인체에 치명적인 고농도의 미백제가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로 15% 기준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치과의사 D씨는 “임상 의사의 판단으로 약물의 농도를 조절해서 시술에 적용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이다”라면서 “미백 효과가 잘 나야 의사들도 돈을 벌고 시장이 커질 수 있는데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제품 허가 농도 기준은 없으며 제품의 임상 실험 성적서를 보고 판단할 뿐”이라면서 “고농도를 사용해도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있다면 얼마든지 허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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