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소년 살해 자경단원 무죄 평결에 논란 커져

입력 2013-07-1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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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샌프란시스코 등 전국에서 항의시위 잇따라

미국 플로리다주 샌포드법원 배심원단이 지난해 10대 흑인 소년인 트레이본 마틴(17세)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자경단원 조지 짐머만(29세)에게 무죄 평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시위가 잇따르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과 총기 사용 논란의 한가운데 있어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여섯 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전날 이틀간의 심의를 마치고 짐머맨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다고 평결했다.

트레이본 마틴은 지난해 2월26일 밤 플로리다주 타운하우스 단지에서 총으로 심장을 관통당해 사망했다. 검찰은 짐머맨이 그를 뒤쫓아 고의적으로 살해했으며 당시 마틴은 아이스티 음료수 캔을 들고 있었고 가방에는 스키틀즈 사탕과 현금 40달러를 들고 있었다고 밝혔다.

짐머만은 마틴이 그의 얼굴을 치고 땅에 쓰러뜨려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비무장 흑인 소년이 살해되고 짐머만은 아버지가 백인, 어머니가 히스패닉이어서 인종 증오 범죄라는 주장이 일었다. 또 사건 초기 경찰이 짐머만을 구속하지 않은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버럭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조사를 촉구하자 플로리다주 검찰은 지난 4월 짐머만을 2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번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은 백인 5명, 히스패닉 1명으로 흑인이 단 한 명도 없어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마틴 가족 지지자들은 이날 샌포드에 모여 배심원 평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미국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외치면서 시위 확대를 촉구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또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시민 100여 명이 곳곳에서 창문을 부수고 불을 지르며 경찰차를 공격하는 등 폭력 시위를 벌인 것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최대 흑인권익단체인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는 웹사이트에 미국 법무부가 짐머만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청원운동을 벌였다.

벌써 이 청원운동에는 35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성명에서 “플로리다주의 정당방위법인 이른바 ‘슛 퍼스트(shoot first)’법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이 사건이 분명히 보여줬다”며 총기 규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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